따뜻한 밥 한 끼의 ‘나비효과’… 식비만 지원해도 자존감 오르고 학점 쑥쑥

국민일보

따뜻한 밥 한 끼의 ‘나비효과’… 식비만 지원해도 자존감 오르고 학점 쑥쑥

젊은 꿈 키우는 기아대책 ‘청년도시락’ 지원 사업 3년째

입력 2019-01-09 00:01 수정 2019-01-09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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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대책은 지난달 17일 ‘청년도시락’ 사업의 수혜자들을 초청해 송년행사 ‘너를 응원해’를 열었다. 심리유형분석가의 설명을 참석자들이 진지하게 듣고 있다. 기아대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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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어 밥 한 끼를 건너뛸 수밖에 없는 청년들이 있다. ‘흙수저가 먹는 밥’이라는 뜻의 ‘흙밥’이란 신조어는 청춘들의 아픔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가난해도 꿈꿀 수 있던 시대가 저물어가면서, 꿈은커녕 밥 한 끼 해결 못 한다는 자괴감에 무너지는 청년들을 위해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은 ‘청년도시락’ 사업을 펼치고 있다.

기아대책은 2017년 형편이 어려워 식비를 줄이는 대학생들에게 하루 한 끼 식대를 지원하는 청년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지원신청서와 소득증빙서류를 살펴본 뒤 대상을 선정한다. 신청서에는 친구들이 배달 음식을 시켜 먹자거나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고 할 때 돈이 없어 ‘속이 안 좋다’는 핑계를 대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청년, 부모의 지원은커녕 아픈 부모를 부양해야 해서 하루에 한 끼도 먹지 못하는 날이 있다는 청년 등의 안타까운 사연이 넘쳐난다.

시작 첫해 대학생 119명에게 한 학기 50끼니 분량의 식비를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129명이 혜택을 받았다. 후원받은 학생들의 만족감은 어느 사업보다 높은 편이다. 하나같이 청년도시락 지원 이후 생활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말한다. 평소 편의점에서 김밥이나 사발면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건너뛰던 학생들은 일단 걱정 없이 규칙적인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는다.

한 여대생은 “대학 졸업을 1년 앞두고 식사 걱정 없이 공부에 몰입할 힘을 얻고자 청년도시락 사업에 신청했다”며 “학식(학생식당 밥)을 통해 균형 있게 영양을 섭취하다 보니 정상 체중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그는 “매일 끼니 걱정 안 해도 되니 찌푸린 인상이 자연스럽게 웃는 인상으로 바뀌었다”며 “청년도시락은 저의 흙빛 대학 생활을 조금이나마 금빛으로 바꿔줬다”고 소감을 적었다.

식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줄이는 대신 학과 공부나 전공 관련 자격증 취득, 대외활동 및 실습 참여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청년도시락을 지원받은 학생 중에는 “영어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가고 싶었던 4학년 1학기 마지막 기회였던 어학연수를 가게 됐다” “경쟁률이 높았는데 포트폴리오, 면접 모두 1등으로 복수전공신청에 합격했다”는 등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다는 학생들도 많았다.

기아대책은 이 사업을 계기로 청년들을 응원하는 일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퍼지길 기대하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수혜 학생들을 초청해 ‘너를 응원해’라는 제목으로 송년 모임도 진행했다. 심리유형 분석가를 초청, 학생들이 자신의 심리유형을 분석하고 나다운 리더십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격려했다.

기아대책은 올해 도움이 꼭 필요한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선 기아대책 간사는 “지원받은 학생이 기아대책은 식비만 지원했을 뿐인데 자신은 자존감이 높아지고 학점도 올라 꿈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됐다며 이 사업은 ‘나비효과’ 같다는 말을 했다”며 “많은 후원자의 참여로 더 많은 학생의 삶 속에 '나비효과'가 일어날 수 있도록 사업을 알차게 꾸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청년도시락 사업이 시작된 뒤 지금까지 모인 후원금은 1억1150여만원이다. 기아대책 홈페이지나 후원 전화를 통해 매달 소액 정기후원은 물론 1회 정액 후원도 가능하다. 매달 3만원이면 10끼니를 지원할 수 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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