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윤철호] 협회 회장 월급이 얼마야?

국민일보

[청사초롱-윤철호] 협회 회장 월급이 얼마야?

입력 2019-01-09 04:00
  • 국민일보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기사사진

“윤 회장, 그거 월급이 얼마야?”

재작년 2월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이 된 나를 만난 지인들이 자주 물었던 질문이다.

“월급? 그런 거 없어. 여긴 돈을 받는 게 아니라 내가 돈을 써야 되는 자리야.”

모르긴 몰라도 많은 협회가 해야 할 일에 비해 돈이 부족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회장이 사비라도 털어야 한다. 사람들은 조금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다음 질문.

“차는 나오지?”

“차? 무슨 차? 협회에서 회장한테 차를 내주냐고? 차가 어딨어, 내 차 내가 몰고 다니지.”

“그래? 정부에서 돈 나오는 거 아냐? 협회에 보조금 같은 거 안 나와?”

“그런 게 어딨어. 협회 운영비는 순수하게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거야.”

사실이다. 출판협회는 순수 민간단체다. 정부에서 운영비를 지원받는다면 그것은 정부기관이지 민간 독립기관이라고 할 수는 없다. 민간기구의 운영비는 자신들이 마련하는 게 원칙에 맞는 것이다. 그럼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런 질문을 하고 싶은 얼굴 표정이다. “그럼 그런 협회 회장을 왜 하는 건가요?”

실제로 친한 친구들은 대놓고 물었다. “그걸 뭐하러 했어?”

글쎄, 나도 나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다. 협회 회장이 되고 나서 욕먹는 일이 늘어났다. 체질에 안 맞게 웃어줘야 하는 일도 늘어났다. 감정노동 폭증이다. 나는 여전히 출판사 사장이기도 한데 중소기업 사장은 남들에게 맡기기 힘든 회사일이 많다. 협회 일을 하다보면 회사 일할 시간이 줄어든다. 그러다 보니 나 스스로도 “이걸 뭐하러 했나” 하는 생각을 안 할 리 없다.

사람들의 다음 질문은 이런 것 같다. “역시 너는 관심종자였던 거야?” 조금 번안하면 “이제 돈은 좀 벌었고 뭐라도 ‘명예’가 필요한 거였나요” 하는 질문이랄까.

회장 하기 전의 나 역시 도대체가 행사장에 나와서 가슴에 꽃 달고 테이프 커팅 하며 카메라 앞에 서 있는 각종 협회의 회장님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살만하니까, 역시 ‘관종’들이겠지.

이런 말도 듣는다. “옛날에는 출판협회 회장을 하면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했었는데, 회장 마치시고 국회로 가셔야죠.”

처음 들을 때는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얘기겠지 했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하도 그런 얘기를 하길래 나중에는 진짜 그럴 가능성이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속으로 만약에 그런 제안이 오면 멋지게 ‘저는 정치에는 관심 없습니다’ 이래야 하나? 만약에 혹시 진지한 제안이라면, 그럼 우리 회사는 누가 운영하지? 이런 걱정까지 했었는데(웃지들 마시길).

사실은 말도 안 되는 걱정이었다. 정치 엘리트 충원을 둘러싼 각축이 얼마나 치열한지는 바보가 아니라도 금방 알 수 있었다. 정계로 진출했다는 전설적 출판인들은 누가 시켜준 게 아니라 치열한 노력을 했던 것이다.

나는 왜 회장이 되려고 했을까? 출판단체 부회장으로 6년 동안 지켜보니 출판인들은 이리 속고 저리 속고 불쌍한 처지였다. 출판인들을 위해 노력하는 곳이 보이질 않았다. 그래 그렇다고 쳐도 왜 내가 나서야 한다는 거지?

혼자 분통 터져 하다가 여러 번 망해본 나는 내가 제 정신인가 의심스러워 겸사겸사 휴가를 내 뉴욕 맨해튼에서 한 달을 지냈었다. 완전히 혼자서 아침부터 밤까지 뉴욕을 누비고 다니면서 마침내 깨닫게 됐다. 뭘 깨달았냐고? 혼술이 꽤 맛있다는 걸. 그리고 맥주병의 크기는 이게 저녁에 혼자 먹기 딱 좋은 크기이기 때문에 정해진 것일 것이라는 사실을.

내 성질 못 이겨서 일을 맡은 내가 잘못이다. 성질 급한 사람이 없으면 민주주의는 존립하기 힘든 것 아닐까? 이렇게 거창하게, 스스로 격려하며 지내고 있다. 그러니까 “윤 회장, 연임하셔야죠. 그리고 국회 가셔야죠.” 이런 대꾸하기 민망한 멘트는 날리지 마시라.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