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의 감성노트] 의지보다 즐거운 느낌으로

국민일보

[김병수의 감성노트] 의지보다 즐거운 느낌으로

새해 계획… “해야 한다” 대신 “하고 나면 어떤 느낌이 찾아올까”를 생각하며 실천해가기를

입력 2019-01-1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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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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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뮤얼 스마일스는 말했다. “목표를 성취하려면 천부적 재능보다 좌절하지 않고 위험을 마다하지 않으며 힘차게 전진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활기차게 끊임없이 노력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의지력은 삶에 진정한 향기를 불어넣는 것은 희망이다.” 그럴 듯하지만, 의지력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 의지력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쉽게 들쭉날쭉 변한다. 1월 1일 다이어리에 새해 계획을 하나 둘 적을 때는 다 이룰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에 부대끼다보면 얼마 안 가서 계획대로 된 것이 없다며 푸념하기 일쑤다. 의지를 아무리 다잡아도, 새해 계획은 달성되는 것보다 그렇지 못한 것이 더 많다. 한 연구 결과를 보니 사람들이 세웠던 새해 목표 가운데 연말에 달성된 비율은 8%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공감 간극 효과 (empathy gap effect)를 고려하지 않고 계획을 세우기 때문이다.

공감 간극 효과란 피로가 누적되었을 때의 의지력과 편안한 상태에서 발휘되는 그것의 차이를 감안하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을 일컫는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한두 끼 거뜬히 거를 수 있을 것 같지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속이 쓰릴 정도의 허기를 느끼면 그제야 자기의 절제력이 어느 정도인지 깨닫게 된다. 푹 자고 일어났더니 ‘이 정도 컨디션이면 밤 새워 공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낮에는 놀다가 밤에 하겠다며 공부를 미뤄뒀는데, 막상 저녁이 되니 집중력이 떨어져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체험하고 나서야 ‘기운을 아껴야 했는데’라며 후회한다. 인간이란 피곤이 쌓이고, 본능적 욕구가 솟구쳐오르고 난 뒤에야 자신의 의지력을 현실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편한 상태에서 계획을 세울 때는 자기 의지력의 강도를 의식적으로 낮게 설정하고, 앞으로 닥칠 장애물의 영향은 조금 더 크게 고려하는 게 좋다. 그래야 연말이 되어 “제대로 이룬 것이 하나도 없네” 하며 자책할 일도 줄어든다.

계획만 세우고 실천을 미루는 습관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을 상담하다 보면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원인인 사례를 자주 발견하게 된다. “백 점이 아니면 소용없어”라는 신념이 강할수록 부담감도 클 수밖에 없다. 사소한 것까지 완벽하게 대비되어 있지 않으면 행동에 옮기려 하지 않는다.

계획만 세우고 실행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 시작하지 않으면 실패도 없으니 미뤄두려는 무의식적 욕망에 휘둘리는 것이다. 이럴 때는 계획을 잘게 나눠서 실천하기 쉽게 만들면 좋다. 시작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의지력만 믿고 밀어붙이기보다 실천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구성하면 좋다.

몇 년 전에 달리기를 매일 하겠다고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꾸준히 운동하지 않았던 터라 매일 뛰려니 무척 힘들었다. 그때 내가 좋아하는 멈포드 앤 선즈(Mumford & Sons)의 ‘와일더 마인드(Wilder Mind)’ 앨범을 들으면서 마음에 시동을 걸었다. 이 앨범의 첫 곡 ‘톰킨스 스퀘어 공원(Tompkins Square Park)’의 비트에 맞춰 발을 움직이니까 몸이 한결 가볍게 느껴졌다. 이 앨범 끝에서 두 번째 곡 ‘온리 러브(Only Love)’의 클라이맥스 부분을 들으며 뛸 때는 짜릿한 쾌감이 온몸에 전기처럼 흘렀다. 이 순간에 도달하기 위해 멈추지 않고 달렸다. 앨범의 러닝타임 48분을 꽉 채워 달리면 즐거운 마음으로 400칼로리를 태울 수 있었다. 매일 A4용지 한 장씩 글을 쓰겠다는 계획을 세웠을 때는, 먼저 달콤한 향이 나는 원두를 정성껏 갈아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촉감 좋은 연필을 깔끔하게 깎아 노트에 낙서하며 시작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내 취향에 맞는 커피도 알게 되었고 온갖 종류의 연필도 사 모으게 되었다.

계획을 세우고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은 부정적인 결과를 회피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일 때가 많다. “아내 잔소리가 듣기 싫어 올해는 뱃살을 꼭 뺄 겁니다”처럼 말이다. 마지못해 세운 계획은 회피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계획은 긍정적인 느낌과 연결돼 있어야 달성하기 쉬운 법이다. “해야 된다”라고 밀어붙이지 말고 “하고 나면 어떤 느낌이 찾아올까?”라고 목표를 이룬 후의 감정을 미리 상상해보면 좋다. “운동하고 살 뺐더니 청년처럼 젊어 보인다고 하니까 기분이 좋아요!”처럼 말이다.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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