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지역사회의 징검다리 된 ‘음식 향기’

국민일보

교회와 지역사회의 징검다리 된 ‘음식 향기’

주민과 함께하는 교회, 인천 징검다리교회

입력 2019-01-1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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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징검다리교회 성도와 봉사자들이 지난 4일 주변 독거노인 이웃에게 반찬과 국을 전달하기 위해 조리한 음식을 반찬통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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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구이와 콩나물무침 파래볶음 된장국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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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인천 서구 검단로 징검다리교회. 오전부터 교회 부엌이 시끌벅적했다. “너무 싱거운 거 아니야? 소금 좀 더 줘.” “조기는 얼마나 더 구워야 돼?” 부엌에서 나오는 음식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음식 향기는 온 교회로 퍼졌다.

봉사자 6명은 9.9㎡(3평) 남짓한 부엌 공간을 이리저리 오가며 2시간 동안 120마리 조기구이와 콩나물무침, 파래 볶음을 만들었다. 청경채 버섯 된장국이 마지막으로 가스 불 위에서 끓고 있었다.

봉사자들은 이렇게 만든 반찬과 국을 테이블 위에 옮겨 스테인리스 용기에 정성스럽게 담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이 담긴 반찬 통을 세어보니 총 23개였다. 이 반찬 통은 보온 가방에 일일이 담겼다.

정오쯤 되자 다른 봉사자들이 교회에 도착했다. 이들은 만들어진 반찬과 국을 이 지역에 거주하는 독거노인들에게 배달한다. 교회 안으로 들어온 이들은 “오늘은 무슨 반찬을 만드셨어요?” 하며 웃었다.

징검다리교회(유인환 목사)가 5년 전부터 하는 ‘반찬 나눔’ 현장이다. 매주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봉사자들이 교회로 모여 반찬과 국을 조리한다. 여름 혹서기 3주만 쉬고 1년 내내 반찬을 만드는 손길이 이어진다. 반찬 배달 독거노인은 구청의 추천과 사회복지사의 심사를 거쳐 선정한다. 교회는 2년 전 구청의 복지모델로 선정돼 지원도 받았다. 지금은 다양한 단체와 개인의 후원을 받아 음식 재료비를 충당한다.

징검다리교회는 2012년 설립됐다. ‘징검다리’라는 교회 이름은 마음과 마음을 이어준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독립적인 교회 건물이 아니라 상가 건물 안에 자리를 잡았다. 전체 신자 수는 30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교회가 하는 일은 여느 중대형교회 못지않았다. 교회 입구 외벽에는 건강한 교회를 꿈꾸기 위한 실천적 운동 표어가 붙어 있었다. ‘건물을 소유하지 않습니다. 100명이 되면 분립 및 파송합니다. 비전은 하나님께로, 운영은 민주적으로, 소유는 적게 나눔은 크게’.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비전을 가진 교회는 붕어빵도 만들어 판다. 매일 오후 2시에서 8시까지 붕어빵을 구워 판매하고 한 달에 한 번은 주민들에게 나눠준다. 붕어빵은 이 교회 담임인 유인환(60) 목사가 직접 굽는다. 붕어빵 판매액의 10분의 1은 반찬 재료로 사용하며 때에 따라 전액을 쓰기도 한다.

교회는 이렇게 지난 5년간 지역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동안 유 목사는 주민자치위원 및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좋은 마을 가꾸기, 복지사각지대 지원 등의 역할을 해왔다. 1년에 두 차례 ‘건강한 교회 세미나’를 열면서 교회의 영적·시대적 사명을 고민하고 있다. 교회의 규모는 작았지만, 활동 영역은 넓었다.

교회는 올해 사역 영역을 확대키로 했다. 지역 내 밥을 굶는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 식당’ 운영, 자살 예방 및 유가족 돌봄까지 고려하고 있다. 유 목사는 이 같은 사역이 “교회가 마땅히 행해야 할 지역 사회를 위한 소명”이라고 말했다.

인천=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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