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선물 아이 좋아] “혼자 키우기 막막할 때 교회 손길이 큰 도움 됐어요”

국민일보

[하나님의 선물 아이 좋아] “혼자 키우기 막막할 때 교회 손길이 큰 도움 됐어요”

<2부> 교회·지자체가 돌본다 (17) 서울 성심모자원서 만난 싱글맘들

입력 2019-01-10 00:01 수정 2019-01-1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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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모자원을 돕고 있는 서울 용산제일교회 조항철 목사와 교역자들이 신앙생활을 하는 미혼모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용산제일교회 제공
싱글맘 표다영(34·가명·이하 싱글맘 및 그 자녀 가명)씨는 지난여름 수족구병이 유행할 때 쩔쩔맸던 경험을 눈물 흘리며 얘기했다. 아들 찬우(5)의 손을 잡고 발을 동동 굴러야 했기 때문이다.

다영씨는 서울 용산의 한부모가족복지시설 성심모자원에서 생활한 지 2년째다. 베란다가 있는 원룸 형태의 모자원에는 20가정이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다. 시설 사회복지사의 전문적 도움과 인근 용산제일교회 후원 등으로 밝게 지내고 있다. 다영씨는 미혼모를 위한 3차 시설인 모자원에서 생활할 수 있는 법정 기간(3년) 동안 열심히 일해 전셋집이라도 얻어 독립할 생각으로 직장에 다니고 있다.

다영씨는 지난여름 싱글맘의 아픔을 절감해야 했다. 수족구병이 돌면서 어린이집이 일시 운영 중지됐었다. 이때 찬우를 돌봐 줄 사람이 없었다. 모자원 직원 등이 나서 찬우와 같은 처지의 10~20명 아이들을 돌봤으나 역부족이었다. 다영씨는 친구 등 아는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다들 직장생활 등으로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다영씨는 출근을 못 하고 아이를 돌봐야 했다.

“혼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이 같은 일들이 수시로 일어나요. 싱글맘이라는 걸 직장에 밝히기도 어려운데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소릴 자주 하면 누가 저를 쓰겠어요. 벅차서 펑펑 울기도 해요. 저 같은 한부모 가정에 아이돌봄서비스가 대폭 확대됐으면 좋겠어요.”

지난 7일. 성심모자원에서 다영씨 외에도 이수희(37) 이하늘(34) 김낙운(34) 배유정(37)씨를 같이 만났다. 모두 네다섯 살 아들을 둔 엄마였다. 이들 중 몇 명은 시설 입소 후 인근 용산제일교회에 다녀 그곳에서 만나 얘기한 적이 있다. 이들은 역시 수족구병 사태 때 다영씨와 다를 바 없었다고 했다. 다행히 모자원 직원들이 용산제일교회에 긴급 도움을 요청해 교인들이 아이들을 맡아줬다.

한부모·미혼모 지원 대상만 15만7000여명

우리나라 한부모 가구는 전체 가구 중 10.9%(2017년 기준 통계청 발표)를 차지한다.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가 밝힌 소속 회원 세대는 1554가구다. 지난해 국회 예산안 심사 때 이들 가구에 적용되는 아이돌봄서비스지원사업금 61억원의 예산을 두고 야당 의원 일부가 전액 삭감을 주장하고 나서 정쟁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말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부모와 미혼모에 대한 포용과 지원이야말로 다 함께 잘사는 포용 국가의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부분 예산을 올해 958억원에서 내년 2238억원으로 대폭 늘렸으며 양육비 지원 대상도 올해 7만5000명에서 내년 15만7000명으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별과 편견 해소가 병행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장의 전문가와 종사자들은 어떤 출산이든 낳은 아이를 잘 기를 수 있어야 출산과 양육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는 사회가 되는 데 그 지원시스템이 엉성하다고 지적한다.

사실 성심모자원 엄마들과 같은 시설 입소자는 행운에 속한다. 모자원은 전국에 25개뿐이고 이마저도 양육모가 경제활동 등을 이유로 지방 시설 입소를 꺼리기 때문에 서울 등 대도시 중심으로 몰린다.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은 1차, 2차, 3차로 나뉘어 있다. 1차는 임신한 상태에서 들어가 아이를 낳고 100일 정도에서 6개월 정도까지 이용할 수 있다. 2차 시설은 공동생활가정으로 대개 한 집에 방이 3, 4개 있고 거기서 공동생활한다. 24개월까지 살고 1년 연장할 수 있다. 3차는 24개월 이상 아이를 키우는 가정으로 미혼모나 이혼, 사별한 부모까지 같이 사용한다. 성심모자원의 경우 현재 20개실 중 12개실이 미혼모 가정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이런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정 소득이 넘으면 입소할 수 없다. 하지만 양육 부모의 부모, 일반적으로 미혼모의 부모가 소득이 높다 하더라도 미혼모가 그 부모와 관계가 틀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소득 기준 일괄 적용은 아이를 키우지 말란 얘기와 같다.

성심모자원 엄마들 중 하늘씨는 올 4월 결혼 예정이다. 아이는 결혼과 함께 새아빠 성으로 바뀐다. 하늘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악착같이 생활했으나 임신하고 일자리를 잃었다. “시설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애 키우는 건 엄두를 못 냈을 것”이라고 했다.

수희씨는 임신 후 아이 심장 소리를 듣고 낳기로 결심했다. 당황한 동거남은 몇 개월이 지나자 나 몰라라 했다. 애 아버지를 상대로 한 양육청구권 싸움도 했으나 어려워 포기하고 말았다. 대개의 미혼모가 겪는 과정이다.

‘스스로 미혼모’ 택한 착하고 평범한 이웃

낙운씨는 임신 후 결혼 준비과정에서 예비 신랑의 폭력으로 파혼했다. 이 폭행으로 태아도 영향을 받았으나 경찰은 태어나지 않은 아이 피해에 대해 고소가 성립될 수 없다고 했다. “태아가 심장만 생기면 생명으로 보고 낙태를 못 하게 하는 법과 배치되지 않느냐”고 부당함을 호소했다.

유정씨 아들은 발달장애가 의심돼 집중 보살핌이 필요하다. 유정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도 아니어서 아이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다. 시기를 놓치면 완치가 어려우므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현재 한부모가정을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다양한 대책이 마련돼 있다. 한데 모자원 엄마들을 통해 들은 대책은 정작 다른 곳에 있었다. 아이를 위한 바우처, 시설 퇴소 후 정착금 등 복지확대일 것 같았으나 정작 그들은 “나의 건강한 생활”이었다.

이 자리에 배석한 임한길 사회복지사는 “양육모들과 이야기해 보면 3박4일 간 들어도 모자랄 정도로 ‘상처’와 ‘불안’을 안고 있다”며 “이 점이 아이들 양육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문가의 심리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복지사는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그들 스스로가 미혼모가 되는 그런 중요한 결정을 했겠느냐”며 “그들은 사랑과 사람을 믿은 착하고 평범한 이웃들일 뿐”이라고 사회의 차별과 편견을 우려했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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