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어이없어 혀 안쪽 말문이 멍한 ‘어안이 벙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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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어이없어 혀 안쪽 말문이 멍한 ‘어안이 벙벙’

입력 2019-01-1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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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기 위해 여는 입, 또 어떤 말을 꺼내는 실마리를 ‘말문’이라고 합니다. 말이 나오는 문이란 뜻이겠습니다. ‘경찰서에 잡혀온 뒤 일절 진술을 거부하던 용의자가 하룻밤 자고 나더니 무슨 이유에서인지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에서의 말문은 입을 이르는 것이고, ‘길을 가다 옛 애인을 마주쳤는데 어떻게 말문을 떼야 할지 몰라 난감했어’에서의 말문은 어떤 것을 풀어가는 단서인 실마리로서의 말입니다. 난처한 상황에서 어떻게 입을 떼어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지요.

“가벼운 언쟁을 하던 중에 갑자기 따귀를 얻어맞은 남자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여자를 쳐다만 보고 있었다.” ‘어안이 벙벙하다’는 어이없는 일로 말문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을 때 쓰는 표현이지요. 어처구니가 없어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다는 뜻입니다. 어안은 황당하고 어이없어 말을 못 하고 있는 혀 안, 즉 말이 나오는 목구멍과 혀 어름을 이르는 말이고, 벙벙하다는 어리둥절해서 얼빠진 사람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해 얼떨떨하다는 뜻입니다. ‘녀석은 신이 나서 떠들다 그의 눈총에 어이가 질려 그만 벙벙했다’처럼 말할 수 있습니다. ‘어안이 막히다’도 말문이 막힌다는 뜻으로 어안이 벙벙하다와 같은 말입니다.

‘민주주의의 아버지’를 들먹여 많은 사람의 어안을 벙벙하게 한 이가 있지요. 실소(失笑, 어처구니가 없어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웃음)하고 말았습니다. 민주주의, 특정한 누구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민주주의의 아버지를 굳이 든다면 불의에 분연히 맞서 민주주의를 이루고 지켜낸 수많은 선량한 민초들일 것입니다.

어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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