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백 칼럼] 섣부른 정책 추진은 지양해야

국민일보

[김용백 칼럼] 섣부른 정책 추진은 지양해야

입력 2019-01-2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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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새로운 모습과 정책 제시는 긍정적이지만
신뢰성 강화엔 여전히 미흡해
경제 활성화, 고용 창출, 규제혁신 등을 위해선
현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이해 필요


정부가 올 들어 새로운 모습으로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두드러지는 건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앞장서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기업인 청와대 초청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통해 친기업적인 자세로 고용과 투자 확대를 기업에 요청하고 규제 혁신 목소리를 경청했다. 10대 그룹 총수를 만난 게 취임 이후 처음이니 기대감을 높일 만하다. 이어 울산에서 진행된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에도 참석했다. 2040년까지 연간 43조원의 경제효과와 신규 일자리 42만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수소 관련 산업을 키우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친 건 긍정적이다.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덥지 않은 것은 신뢰성에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은 발표 때 부정확하게 집계된 2017년과 2018년 수소차 보급 누적 규모 수치를 그대로 사용했다. 작은 실수라지만 로드맵이 조급하게 마련된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따라서 수소 관련 규제개혁을 위한 법적 지원, 필요한 수소의 조달,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산업적 우위 등등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궁금증을 키우는 상황이다. 지난해까지 주요 정책들이 뒤집히고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수두룩했던 것도 한몫하고 있다. 현장에서 금방 나타날 부작용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채 섣부르게 발표하고 추진했던 게 원인이었다.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신뢰를 가질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책을 만들 땐 보다 정밀하고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준비가 미흡한데도 서둘렀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이념이나 목적이 영향을 미쳤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상징처럼 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목표 달성을 위해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을 이뤘지만 시장에서의 반발로 목표 달성은 어렵게 됐다. 되레 부작용은 상당했다. 인건비 상승은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 편의점 및 프렌차이즈점 업주들의 경영난을 가중시켜 고용 축소로 귀결됐다. 일용직 노동자, 파트타이머 등 비숙련 취업취약계층의 일자리가 크게 줄었다. 편의점·프렌차이즈점 업주가 되거나 자영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은퇴한 베이비부머(1955~63년생)들을 포함한 고령사회 인구 동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어 큰 임금 격차를 안고 있는 노동시장, 저부가가치에서 고부가가치로 탈바꿈해야 하는 산업구조 등은 당면한 현실이다. 이에 대한 이해와 분석을 통해 충돌하는 요소를 찾아내고 단계적인 적용 시기와 방법에 따라 추진했어야 타당했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자가 돼야 할 한계 노동자 등의 일자리 환경을 악화시켰고 선택지가 좁은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키웠다. 안정된 양질의 직장에서 일하는 대기업 노동자들만 더욱 여유롭게 했다.

일자리안정자금 운영과 아이돌봄서비스 지원도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책으로 꼽힌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충격을 완화하려는 목적이다.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190만원 미만의 월급을 받는 노동자에게 월 13만원을 준다. 그런데 지난해 이 예산 중 15.5%인 4564억원이 집행되지 못했다. 현장에서 반응이 시큰둥해서다. 지원을 받으려면 4대보험을 들어야 하는데 지원금은 큰 메리트가 못 된다는 것이다. 사업장 인력의 입·이직이 잦은 것도 한 원인이다. 아이돌봄서비스 이용료의 큰 폭 인상도 이용자들의 불만을 낳고 있다. 시간당 9650원으로 지난해 7800원보다 24% 올랐다. 최저임금이 인상됐고 돌보미들이 주당 15시간 이상 근무하면 받는 주휴수당의 지급 대상으로 돼 비용이 상승했다. 돌보미의 휴게시간 확보 지침도 돌보미와 이용자들로부터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나섰던 광주형일자리 대책은 해를 넘기고도 까마득하다. 기본적으로 현대차와 현대차 노조의 노사 간 양해와 합의를 바탕으로 출발해야 할 완성차 생산 모델이었다. 정부와 정치권, 시민·사회단체가 그림을 그리고 접근했지만 노사문제에 부닥치고 만 것이다.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를 둘러싼 논쟁의 불씨가 여당 내부에서 살아나고 있는 원전정책은 또 어떤가.

사회 양극화가 어느 정도인지, 고령사회 진전과 저출생 요인이 어느 정도인지, 그런 환경에서 국민들이 어떤 삶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지 등은 모든 정책의 입안과 추진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이에 대한 고찰이 없이는 지난해와 같은 정책 추진 행태를 개선시키기 어렵다. 지난해까지는 재정을 풀어 부양하거나 지원한다는 방식과 개념만 앞섰다. 그게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를 재빠르게 모니터링해 수렴하는 과정은 그다지 순조롭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정부는 의욕과 실적·성과에 집착해 정책을 섣불리 추진하면 더 많은 문제를 파생시킨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논설위원 yb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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