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22)]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국민일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22)]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후손 생각해 북한 품고 평화로 나가야”

입력 2019-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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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인터뷰를 갖고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기독교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원로 역사학자 이만열(81) 숙명여대 명예교수. 국사편찬위원장과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 한국사학회장 등을 맡으며 국사학계를 이끌어온 그가 한국교회의 평화통일운동에 참여해 온 사실은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1991년 미국에서 열린 남북교회학자 심포지엄 참석을 시작으로 대북민간단체인 ㈔남북나눔의 통일연구모임인 남북나눔연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교계 통일운동 및 연구에 본격 발을 들였다. 평양과 개성도 모두 6차례 방문하며 북한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려 노력해 왔다.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지난 16일 만난 이 교수는 통일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는 어릴 적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6·25전쟁을 겪었다. 아버지는 전쟁통에 약을 구하지 못해 지병으로 별세했고 사촌은 전사했으며 막내 자형은 납북됐다. 민족의 비극이 가족사의 비극으로 이어지는 걸 목도한 셈이다.

통일의 필요성은 성경과 역사학을 공부하며 절감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신앙생활을 시작한 그는 서울대 사학과에서 역사학을 공부하며 후손들에게 분단된 민족사를 물려줄 수는 없으며 외세로 인한 분단을 극복하려면 민족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 교수는 “북한 사람들은 머리에 뿔이 달린 줄 알 정도로 철저한 반공교육을 받은 세대이지만 해외 학회 등에서 실제로 만나 보니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고 동포였다”면서 “우리 민족이 지금이라도 손을 잡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북한은 물론이고 분단 전 북한의 교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고 학계에서 처음으로 ‘북한교회사’를 펴냈다.

통일을 위해 한국교회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묻자 “무엇보다 전쟁을 경험한 이북 출신 그리스도인의 마음을 한국교회가 헤아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쟁의 상흔이 큰 이들이 지금껏 북한에 갖고 있는 반감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하나님이 계속 증오하는 걸 원하시겠는가”라며 “기독교인인 이상 ‘원수를 사랑하라’는 하나님 명령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쉽지 않겠지만 후손을 생각해 북한에 마음을 열자”고 제안했다.

또 “북한을 품으면 기독교인이 한반도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진다”며 “인도주의적으로 지원하고 정치 문화 교육 등 다방면으로 교류·협력한다면 민족 간 갈등을 줄이면서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 이후 한국교회 선교 방향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이 교수는 “북한엔 미국에 대한 증오가 굉장히 강한데 문제는 교회를 ‘미국이 세운 곳’이라 여긴다는 점”이라며 “한국의 그리스도인이 민족 화해를 위해 적극 나선다면 기독교의 이미지가 자연스레 개선될 뿐 아니라 훗날 북한 선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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