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청춘들 모여 기도로 일과를 마치다

국민일보

한지붕 청춘들 모여 기도로 일과를 마치다

[르포] 종교국 기자의 청년주거공동체 ‘숨과쉼’에서 보낸 하룻밤

입력 2019-02-0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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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일 대한성공회 신부(사진 맨 위)가 30일 밤 서울 서대문구의 청년주거공동체 숨과쉼에서 청년들과 함께 기도서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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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 책을 들고 출근하는 김 신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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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2층 다가구주택. 30일 밤 10시가 되자 청년들이 하나둘 1층 거실로 모였다. 시민들의 출자로 만들어진 청년주거공동체 숨과쉼(대한성공회 담당사제 김홍일 신부)에서 지내는 이들은 평일 밤마다 모여 함께 기도한다. 종소리가 울리자 청년들은 성공회 성프란시스수도회에서 사용하는 기도서인 성무일도서를 받아들고 “전능하신 주님, 우리에게 평온한 밤을 주시며 온전한 마침을 허락하소서”라며 기도를 시작했다.

직장 회식으로 퇴근을 못한 청년, 설을 앞두고 고향에 미리 내려간 청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도에 참여했다. 이들은 두 손을 모으고 오늘 하루 있었던 잘못을 반성했고 시편과 요한복음을 읽었다. 고향과 직업, 교단이 서로 다른 청년 11명은 이곳에서 가족처럼 지낸다.

청년들은 돌아가며 각자 기도제목을 말했다. 한 청년은 “주님께서 원하는 공동체를 이뤄갈 수 있게 해 달라”며 기도했다. 다른 청년은 “힘들게 길을 개척해 나갈 이웃 청년을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지난 28일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를 위해 기도하는 청년, 직장 동료를 위해 기도하는 청년도 있었다.

기도가 끝나자 청년들은 옹기종기 모여 다가올 설에 대한 설렘을 나눴다. 경기도 고양의 한 작은 교회 전도사인 한승환(33)씨는 고향이 강원도 춘천이다. 목공 기술을 배웠던 그는 명절을 맞아 농사짓는 부모님을 위한 침대를 직접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한씨는 숨과쉼에 들어오기 전까지 고시원에서 지냈다. 방음이 안 되는 공간에서 행여 옆방 사람이 술에 취해 귀가하면 고성방가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숨과쉼에서 지내는 요즘은 즐겁다. 한씨는 “삶 속에서 기도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며 “훗날 목회자가 돼서도 숨과쉼처럼 평안하고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신앙공동체를 만들고 싶다”고 다짐했다.

현림(26·여)씨는 제주도가 고향이다. 제주4·3사건을 다룬 연극 ‘웡이자랑’의 극작가이자 주연 배우이다. 공연 준비로 바빠 지난 추석에는 고향에 가지 못했다. 하지만 365일 숨과쉼을 아버지처럼 지키고 있는 김홍일 신부 덕에 외롭지 않았다. 사회적기업인 ‘정원문화생활연구소’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조수희(31·여)씨는 고향인 경기도 고양의 텃밭에 대해 얘기했다.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5년째 채식을 했다는 그는 지속가능한 생태 공동체를 꿈꾼다.

이들은 밤새 이야기꽃을 피웠다. 하나둘 졸린 눈을 비비며 방으로 돌아갔을 때 숨과쉼의 불은 모두 꺼졌다. 늦게 잠들었지만 제각각 알람소리에 맞춰 오전 7시에 눈을 떴다. 아침기도를 드리며 하나님을 찬양하는 하루를 살겠다고 다짐했다. 하나둘 일터로 향하는 청년들을 김 신부는 아버지처럼 배웅했다.

김 신부는 “주님이 주신 은사를 서로 나누며 공동체를 이룰 때 예수님이 바라는 삶의 방식이 이뤄질 것”이라며 “하나님 뜻을 따르는 이들이 이웃이 되고 가족이 되는 즐거운 설을 맞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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