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에서] 미세먼지 인공강우 실험 유감

국민일보

[논설실에서] 미세먼지 인공강우 실험 유감

정치적 이벤트론 미세먼지 정책 효과 기대 못해… 과학기술 뒷받침 있는 정책돼야

입력 2019-02-0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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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 연휴 때 미세먼지 ‘나쁨’ 상태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이제 입춘(立春·4일)도 지나서 봄기운이 완연해질 텐데 올봄 미세먼지 농도는 또 얼마나 심각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국민건강에 유해하고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크다. 미세먼지 문제는 정부의 정책 의지와 국민적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 미세먼지 정책에 대한 정부의 접근부터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과학기술이 뒷받침되는 지속적인 국가 정책으로 거듭나야 한다. 미세먼지의 원인 및 발생부터 포집·처리까지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 따라서 정부가 지난달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국내 처음 실시한 인공강우 실험은 관련 정책의 시금석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기상항공기를 이용한 서해상 인공강우 합동실험은 지난달 25일 실시됐다. 사흘 뒤인 28일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별 성과 없이 끝났다고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유의미한 강수 관측이 없었다는 것이다. 상세분석 결과는 이달 말 발표된다. 정부는 이번 실험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다양한 노력의 출발점이란 의미를 애써 강조한다. 그래도 실험을 왜 그때 그곳에서 했는지에 궁금증은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환경부 업무보고 때 특단대책을 주문했었다. 이어 지난달 15일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인공강우가 가능한지 등을 언급했다. 이후 17일과 22일 국무회의를 거쳐 25일 인공강우 실험을 하기에 이르렀다. 미세먼지와 관련한 정부의 움직임이 이렇게 기민했던 걸 최근 본 적이 없다. 문 대통령으로선 대선 때 미세먼지 대책 특별기구를 설치해 임기 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감축하겠다고 공약했으니 획기적인 게 필요할 만했다.

인공강우 실험은 그동안 경기도 수원 등 내륙지방에서 가뭄을 대비해 몇 차례 있었다. 기술적 한계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태국과 중국도 가뭄 대비 인공강우 실험을 지속적으로 하지만 인공강우를 통한 미세먼지 저감 실험에 성공했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 세계적으로도 인공강우를 이용한 미세먼지 저감 효과에 대한 연구·분석은 비슷한 실정이다. 따라서 국내 첫 실험은 충분히 준비해 강우량 측정, 관찰 등이 더 용이할 수 있는 내륙에서 먼저 하는 게 적절했다. 그런데도 서해상 실험을 급히 실시한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해부터 논의됐던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그 이유들을 유추할 수 있다. 지난달 23, 24일 서울에선 한·중 환경협력회의가 열렸다. 중국에 메시지를 보낸다는 판단에 따라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응하는 훈련 성격의 실험을 한 것이다. 또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는 설 연휴 민심 동향이다. 설 연휴 이전 대국민 홍보용 미세먼지 대책 실험이었다. ‘국민이 체감할 특단의 대책’은 유의미한 실험 결과를 기대하지 않은 ‘정치적 이벤트성 인공강우 실험’으로 귀결된 셈이다.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청와대 관계자의 관련 발언을 인용한 보도가 지난달 30일 나왔다. 실험은 당초 가뭄 등에 대비해 시행하려던 계획을 변경해서 미세먼지에 적용하는 방식을 추가로 살펴봤다는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모든 대책을 강구하라’는 지시와 관련이 있다고도 설명했다. 앞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효과가 담보되고 정치가 아닌 과학에 근간을 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번 인공강우 실험에 대한 완곡한 반성의 표현인 듯하다.

정부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말하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미세먼지 대책’은 국민과 함께하는 정책이 가장 효과적이다. 국민이 미세먼지에 수동적이지 않고 원인을 없애거나 개선시키는 데 적극 나서게 하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김용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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