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 쌓여 불신, 믿음으로 버텼지만…

국민일보

불화 쌓여 불신, 믿음으로 버텼지만…

페북 친구들이 교회 옮긴 속사정

입력 2019-02-0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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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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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잘 나오던 교인이 갑자기 안 보인다면? 아예 교회를 떠난 예도 있지만 다른 교회로 옮긴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왜 교회를 옮겼을까요. 혹시 상처를 받은 건 아닐까요. 국민일보는 지난달 22일부터 7일까지 ‘미션라이프 페이스북’에서 ‘교회를 왜 옮겼는지 아세요? 교회 이동하는 교인들 속사정 들어보니’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익명의 답변자 등 페이스북 친구(페친) 100여명이 진솔하게 얘기해줬습니다. “이사, 결혼하면서 교회를 옮겼다” “더 큰 은혜를 받기 위해” 같은 평범한 답변도 있었지만 교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심각한’ 답변도 있었습니다.

교회를 옮긴 가장 큰 이유는 교인 간 불화 때문이었습니다. 모였다 하면 서로 질투하고 싸우는 모습을 본 뒤 교회를 떠났다는 것입니다. 서울 거주 김모씨는 “목사님과 교인 간 갈등·불화 등은 교회의 규모와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발생한다”며 “교회는 사람보고 다니는 곳이 아니라 하나님을 바라보고 다닌다고 하지만 생각도 다르고 신앙의 관점, 어떤 일을 논의할 때 방향과 의견 차이가 있어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특히 목회자와 문제가 발생하면 그 교회를 계속 출석하고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텃새와 차별도 교인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발생했습니다. 전모(여)씨는 “끼리끼리 어울리는 그 틈에서 내 말이 무시당했다. 그때의 상처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결국 교회를 옮겼다”고 했습니다. 박모(여)씨도 “결혼하고 집 근처 오래된 교회에 나갔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왕따’ 교인이었다. 1년이나 구역 모임에 참석했는데 이름도 거꾸로 부르고…. 다시 교회를 옮겼다. 지금은 사랑을 듬뿍 받는 교인이다. 오래된 교회에는 은근 텃새가 있는 거 같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신앙체험이 없어 교회를 옮겼다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20대 이모(여)씨는 “교회에서 봉사를 많이 했는데 정작 나는 구원을 받았는지, 복음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없어 괴로웠다. 몇 달 방황 끝에 교회를 옮겼고 지금은 좋은 목회자를 만나 은혜를 누리며 신앙생활하고 있다”고 만족해 했습니다.

봉사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교회를 옮겼다는 청년도 있었습니다. 부산의 한 대학생 이모(23)씨는 “개척교회에선 더 섬겨 달라고 요청했지만 학교생활과 병행하려니 예배에 집중하기 힘들었고 몸과 마음이 지쳤다. 교회를 옮겨 밑바닥부터 새롭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출석교회가 비난을 받자 교회를 옮겼다는 페친도 있었습니다. 김모(33)씨는 “선교비를 유용해 목사님 개인의 부를 축적하는 데 썼다는 언론 보도는 정말 실망스러웠다. 아무 상관 없는 나까지 온갖 조소와 비아냥을 듣는 거 같았다.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더 큰 은혜를 받기 위해 대형교회로 남편과 함께 옮겼다는 김모(49·여) 집사는 “교회에서 봉사를 많이 했지만 정작 은혜가 별로 없었다. 은혜로운 프로그램이 더 많은 대형교회로 옮겼다. 교인들과 헤어지는 것이 마음 아팠지만 따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대형교회로 옮겼다가 다시 돌아왔다는 홍모(21)씨는 “큰 교회 모임에서 불 끄고 기도하다 깨달은 게 있다. 주님은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마 18:20)고 말씀하셨다. 내가 먼저 전도해 교회를 부흥시켜보자고 다짐했고 지금은 우리교회도 크게 부흥했다”고 간증했습니다.

헌금 강요 때문에 교회를 옮겼다는 40대 집사, 막말하는 권사, 뒷말하는 교인들, 야단만 치는 목사 때문에, 좋아하는 목사님이 은퇴해 교회를 옮겼다는 페친들도 있었습니다. “부흥회 하는데 금가루 은가루가 휘날리고, 안수기도한다며 사람들 쓰러뜨리고. 무당 굿 보는 것 같아 성경대로 가르치는 교회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는 30대 집사의 하소연은 안타까웠습니다.

이런저런 사연을 읽다 보니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페친들의 답변 속에는 그동안 어떻게 신앙생활을 해왔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추태화 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교수는 “적응이 어렵다는 이유로 교회를 옮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A교회는 분위기가 맞지 않고, B교회는 설교가, C교회는 부적응을 부추기는 또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추 교수는 “부득이 교회를 떠나야 할 때도 있지만 예수님을 바라보고 인내하고, 그 고난도 때로는 신앙에 유익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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