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건축비의 ‘십일조’ 멋지게 써주세요”

국민일보

“교회 건축비의 ‘십일조’ 멋지게 써주세요”

성전 건축비 10분의 1인 10억원 한국교회 위한 사용처 공모하는 서울 수서교회 황명환 목사

입력 2019-02-08 00:04 수정 2019-02-0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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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명환 수서교회 목사가 6일 서울 강남구 교회 예배당에서 스테인드글라스 등 교회 건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교회 건축에 든 비용 100억원의 10분의 1인 10억원을 한국교회를 위해 내놓았다. 이를 귀하고 멋지게 쓸 방법을 공모하고 있다. 개교회주의가 만연하지만 각 교회가 한국교회를 위해 10분의 1씩 내놓는다면 엄청난 변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는 황명환(61) 수서교회 목사를 6일 서울 강남구 교회에서 만났다.

수서교회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말일까지 ‘한국교회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 공모’를 하고 있다. 수서교회는 2013년 7월 서울 강남구 대모산 자락의 현 위치에 부지를 매입하면서 새 성전 건축을 시작했다. 3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종교부지에 당첨됐고 1년여 공사 끝에 2015년 10월 입당예배를 드렸다. 지난해 7월에는 모든 빚을 갚고 헌당예배를 마쳤다. 부지 매입에서 새 성전 건축까지 4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잡음 없이 진행됐다. 이 모든 은혜를 공교회 전체와 나누고자 비전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모를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 자기 교회 건축에만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모델을 교계에 제시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겼다.



“아끼고 아껴서 아낌없이 쓰자고 이야기했습니다. 100억원은 교회 건축에 들어갔으니 10억원은 한국교회를 위해 쓰자는 겁니다. 헌당예배 때 다른 축하행사 없이 검소하게 진행하고 즉각 비전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당회원들은 ‘헌금을 멋있고도 귀하게 쓰는 게 제일 어렵고도 중요하다’며 위원회 구성과 공모 방안에 모두 찬성해 줬습니다.”

황 목사와 수서교회는 10억원의 용처 공모와 관련, ‘한국교회와 사회를 섬기는 방법에 대한 모델이 제시될 것’ ‘자체적으로 유지 보전될 시스템을 포함할 것’ ‘특정 교회나 단체에 예속되지 않는 공적 시스템으로 운영될 것’ 등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황 목사는 “개척교회들이 신도시 주변에 들어가 목회할 때 같이 공유하며 예배드릴 장소를 마련하는 데 쓰였으면 좋겠지만 그건 목회자인 저의 생각일 뿐이며 위원회가 어떤 연고도 무시하고 엄중히 심사할 것”이라며 “가장 처절한 곳에서 이 헌금을 가져가 귀하게 썼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수서교회는 서울 강남구에서도 드물게 교회 자체가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숲을 내려다보는 5층은 개방형 카페로 지역주민 누구나 찾아와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애초 5층은 목회자실이었으나 이웃을 위해 설계를 바꿨다. 지하를 파고들어가면 더 넓은 예배당을 확보할 수 있었으나 이 역시 400석 손해를 감수하고 지상으로 끌어올렸다. 황 목사는 “지하에 숫자만 많이 들어가는 예배당을 파는 건 한국에만 있는 일이라고 건축가들이 말한다”며 “교인을 존중하지 않는 교회건축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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