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김준엽] 넷플릭스와 망사용료

국민일보

[뉴스룸에서-김준엽] 넷플릭스와 망사용료

입력 2019-02-11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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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국내 이용자가 많이 늘면서 망투자 비용 부담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때문에 통신망에 과부하가 걸려 망을 확장해야 하는데 정작 투자비용은 통신사만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망투자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은 이렇다. 우선 사용자들은 망관리의 책임은 통신사에 있다고 주장한다. 매달 인터넷 사용료를 내고 있는데, 업체로부터 망사용료를 또 받으면 이중으로 비용을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매달 비용을 지불하는데 넷플릭스든, 유튜브든 모든 서비스를 빠르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통신사들은 누구나 쾌적하게 통신망을 이용하려면 과부하를 일으키는 업체에 대한 별도의 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4차로 도로가 있는데 특정 업체의 트럭이 도로를 꽉 채워 다른 차들의 통행이 어렵다면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통행하는 트럭 수를 줄이거나, 도로를 확장해 트럭만 별도로 다니는 길을 만드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

OTT 서비스를 제한하는 건 사용자들이 원하는 일이 아니니 결국 망투자를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OTT 때문에 투자를 늘려야 하니 비용 부담을 함께하자는 취지다. 넷플릭스 같은 OTT들은 ‘망중립성’ 원칙을 앞세워 통신사들의 투자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망중립성은 누구나 동등하게 통신망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미 구축된 망을 어떻게 쓰든 간섭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내외 업체 간 역차별 이슈까지 더해진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2016년 기준 망사용료를 각각 730억원, 300억원가량 지불했다. 이들이 발생시키는 망부하는 유튜브, 페이스북 등 해외 업체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반면 해외 업체들은 망사용료를 내지 않는다. 국내 업체로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한다는 하소연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업체가 돈을 내는 건 국내 통신망을 이용하기 때문이고, 해외 업체는 국내 통신망을 직접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돈을 안 낸다. 해외 사업자는 서버가 해외에 있어서 한국에서 해외를 연결하는 망을 통해 접속해야 한다. 해외 통신망을 확장하는 건 통신사 몫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꽤 오랫동안 뚜렷한 해법 없이 지속되고 있다.

본질적인 이유는 경쟁 환경은 급변했는데, 그에 맞는 규칙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탓이다.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사용 환경은 이미 국가 단위가 아닌 글로벌 단위가 됐다.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어디서든 접속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엔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업체라면 한국에 꼭 회사를 두고 있어야 했지만, 인터넷을 통한 서비스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환경이 이렇게 바뀌었다면 사업을 벌이는 업체도 동일한 환경에서 경쟁하는 게 상식적이다. 국내 사업자라고 돈을 내고, 해외 사업자라고 면제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 ‘그러니까 넷플릭스가 망사용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자는 게 아니다. 미래를 위해서라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별다른 문제가 아니던 망부하 문제가 OTT 같은 동영상 서비스 사용 급증으로 업체 간 첨예한 논란거리가 됐다. 규칙이 제대로 안 정해진 상태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원칙보다는 힘의 논리가 우선하게 된다. 지금은 콘텐츠 파워를 앞세운 OTT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언제고 상황은 또 바뀔 수 있다. OTT가 성장하는 데 근간이 됐던 망중립성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에선 사실상 폐기됐다. 앞으로 통신망 관련 이슈는 통신사에 유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또 5G 시대가 본격화하면 지금보다 더 큰 용량의 데이터가 통신망을 통해 오가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각 이해당사자가 머리를 맞대고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해법을 찾지 않으면 미래엔 더 큰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

김준엽 산업부 차장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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