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이남주] ‘하노이 타협’ 이뤄지려면

국민일보

[한반도포커스-이남주] ‘하노이 타협’ 이뤄지려면

입력 2019-02-1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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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5일 한국을 방문하고, 6일부터 8일까지 평양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회담을 진행한 이후 10일 오전 한국을 떠났다. 미국 관료가 평양에서 55시간 체류하며 협상을 진행한 점이 이례적이다. 서로의 관심사를 매우 구체적으로 논의했을 것이다. 회담에 대해 비건은 “생산적(productive)”이라고 평가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트위터에서 그렇게 밝혔다. 2차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도 공식 발표되었으니 상황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비건은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있다”고도 했다. 아직 이견이 좁혀지는 않은 이슈들이 있으며 이는 지금까지 북·미 협상을 실패로 돌아가게 만들었던 문제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를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그동안 북·미 사이의 오랜 적대관계와 상호불신을 고려하면 이러한 문제들이 실무협의에서 타결되기는 어렵고 결국 정상 사이의 협의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무 차원에서 대부분 의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고 정상 간 회담은 이를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일반적 외교관례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미 국무부는 2월 말 북·미 정상회담 전에 실무협의가 한 차례 더 예정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마도 북·미는 실무협의에서 최대한 합의를 시도하고, 여기서 풀리지 않은 문제를 정상 간 대화로 넘길 것이다. 이어 2차 정상회담에서도 합의가 되지 않으면, 그 문제의 해결은 다음 번 정상회담으로 넘겨야 할 수도 있다. 북·미 협상은 아직은 많은 불확실성을 안고 진행되는 과정이다. 다만 작년 11월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로 들어간 이후 양측이 다른 경로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협상으로 복귀했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북한이나 미국 모두 현재의 과정이 중단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신호다.

그렇다면 2차 회담에서 어떤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북한은 핵시설 신고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미국은 북한의 요구인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에 각각 부정적이다. 그것이 북·미 대화를 교착상태에 빠뜨린 주요 요인이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는 이 문제에 어떤 돌파구가 마련되었는가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비건 대표는 지난 1일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포괄적 신고”는 최종적 비핵화와 연결시켰다. 이는 초기 단계에서 신고 범위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초기 비핵화 목록에 영변 핵시설에 추가 조치(우라늄 농축시설이나 ICBM)를 포함시키는 식으로 타협을 도모할 수 있다.

미국의 상응조치는 자국 내 정치과정 등을 고려하면 북한의 비핵화 조치보다 더 복잡할 수 있다. 북한은 미국의 제재 완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단독 제재 문제를 당장 해결하기 어렵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남북협력 사업에 대해 제재 면제를 광범위하게 실행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의 비핵화 수준에 따라 유엔 결의안 제재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것이다. 유엔 결의안에도 “북한의 준수(compliance)에 따라 제재를 강화, 완화, 중지, 또는 해제할 수 있다”고 명기돼 있다.

이것이 어렵다면 안보 문제와 관련한 적극적인 상응조치로 북한의 비핵화를 진전시켜야 한다. 비건도 트럼프가 “한국전쟁을 종식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지만 종전선언이 한반도 질서, 특히 한반도에서 미국의 군사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기 때문에 최근까지 미국은 이 문제에도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 왔다. 뿐만 아니라 이 문제는 중국 입장도 고려하며 진행해야 하는 사안이다. 결국 앞으로 2주 남짓한 기간 동안 관전 포인트는 미국이 어느 영역에서 먼저 상응조치를 내놓을지, 그리고 북한이 그에 대응해 얼마나 진전된 조치를 약속할지에 있다.

이남주(성공회대 교수·중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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