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승태 재판, 정치 논리·여론에 휘둘리지 말라

국민일보

[사설] 양승태 재판, 정치 논리·여론에 휘둘리지 말라

입력 2019-02-1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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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11일 일괄 기소됐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 등에게 적용한 혐의의 사실 여부는 이들이 몸담았던 법원 판사들의 판단에 의해 가려지게 됐다. 전 사법부 수장과 대법관이 재판에 넘겨진 것은 초유의 일로 사법부의 수치다. 특히 이들은 사법부 존립의 근거인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한 의혹을 받고 있어 더욱 참담한 상황이다.

사법부는 사회 갈등의 최후 조정자이자 인권 보호의 최후 보루다. 정치권력이나 금권 등에 흔들리지 말고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재판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헌법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임에도 법관에게 양심에 근거해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탄핵 또는 금고 이상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않도록 신분을 보장한다. 이번 사태는 사법부가 헌법이 부여한 책무를 제대로 수행해 오지 않아 발생했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된 범죄 혐의는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의 위상 강화 및 이익 도모, 대내외적 비판세력 탄압, 부당한 조직 보호,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 및 집행 등 4개 항목에 걸쳐 총 47개다. 상고법원 설치와 법관 해외파견 확대 등에 대한 청와대, 국회 등의 협조를 기대하고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등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일부 법관들에 대해서는 문책성 인사를 하고 사법부 위신 추락을 막겠다며 법관 비위를 은폐·축소하기도 했다고도 한다. 사실이라면 재판의 공정성, 법관의 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한 중대 범죄다.

법관에게 인신구속 여부를 결정하고 판결할 권한을 부여한 것은 사법부 이익을 위해 사용하라고 부여한 특권이 아니다. 수사와 재판을 받는 국민과 법인을 보호하고 법치국가를 수호하는 데 사용하라고 주어진 것이다. 담당 재판부는 헌법적 가치에 충실하게 재판을 진행하고 양심에 따라 판결을 내리길 바란다. 제 살을 도려내는 게 고통스럽겠지만 그래야 새살이 돋고 추락한 사법 신뢰를 회복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정치 논리와 여론에 휘둘리지 않는,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른 공정하고도 현명한 재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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