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 직원 A씨 연봉 2500만원 명세서, 기본급은 61%, 수당은 덕지덕지

국민일보

협력업체 직원 A씨 연봉 2500만원 명세서, 기본급은 61%, 수당은 덕지덕지

[낡은 노동체계의 종말] ① ‘일한만큼 받는다’는 거짓말

입력 2019-02-12 04:01 수정 2019-02-1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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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의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A씨 연봉은 약 2500만원이다. 매월 215만1067원을 번다. 이 가운데 기본급은 131만6700원으로 전체 임금의 61.2%에 그친다. 나머지 83만4367원은 언제든지 없어질 수 있는 수당과 상여금이다. A씨의 월급명세서에 찍히는 소득항목은 11개다. 기본급 외에 라인수당, 생산장려수당, 보건수당, 복지수당 등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누더기 월급명세서’의 부작용은 올해 임금 인상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최저임금이 올해에도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했지만 A씨의 기본급은 한푼도 오르지 않았다. 회사는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계산식에 반영될 수 있는 수당만 7~67% 올렸다. 최저임금 계산식에 들어갈 가능성이 낮은 상여금은 절반으로 깎았다. A씨의 2019년 임금 총액 상승률은 고작 0.8%, 1만7050원이다. 회사는 올해 최저임금 수준까지 임금을 맞췄다는 입장이다. A씨는 최저임금 미달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출된 기형적 임금체계가 더 변질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수당의 일부를 최저임금 계산식에 반영하는 대신 기업들에 임금체계 정상화를 당부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을 악용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구조적 문제를 방치한 채 지엽적 부분만 봉합하는 바람에 ‘임금 왜곡’이 심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A씨 월급명세서를 제대로 읽으려면 두 가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호봉제에서 기본급 인상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수당·상여금 탄생, 그리고 통상임금과 최저임금의 충돌이 그것이다. 통상임금은 근로자의 초과근무수당을 산정하는 기준점이다. 최저임금은 근로자가 평상시 일할 때 받을 수 있는 임금의 하한선이다. 그런데 두 임금에 들어가는 구체적 항목은 다르다. 기업이 만든 각종 수당과 상여금 가운데 일부는 통상임금, 또 다른 일부는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기업은 근로자의 초과근무수당을 산정할 때 통상임금에 들어가는 임금 항목만 취합해 근로시간으로 나눈다. 정부가 최저임금법 위반을 살필 때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의 임금 항목만 뽑아 근로시간으로 나눠 판단한다.

통상임금과 최저임금이 제각각이다보니 상당수 기업들은 수십년간 ①기본급 낮추고 각종 수당과 상여금 만들기, ②장시간 근로를 위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수당·상여금 줄이기, ③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수당·상여금 늘리기 식으로 대응해 왔다.

A씨 회사의 경우 ①번에 맞춰 ‘기본급 61%+수당·상여금 39%’ 구조를 갖고 있다. 기본급은 근속연수에 따라 올려줘야 하지만 수당·상여금은 언제든 동결하거나 없앨 수 있다. A씨가 받는 수당은 무려 9개에 이른다. 상여금은 기본급 대비 연간 100~200%다.

임금을 여러 항목으로 쪼갠 A씨 회사는 ②번과 ③번 대응에도 들어갔다. 일단 최저임금 미달을 피해야 한다. 지난해 최저임금의 월급 기준액은 157만3770원으로 A씨의 기본급(131만6700)만 따지면 최저임금법 위반이다. 이에 최저임금 계산식에 들어갈 수 있는 라인수당(6만2700원)과 생산장려수당(8만7780원)을 만들었다. 월 1회 정기 지급하기 때문에 최저임금 계산식 반영을 주장할 수 있는 보건수당(7만1060원)과 복지수당(9만1960원)도 줬다. 만약 보건·복지수당까지 100% 반영되면 A씨는 최저임금에 미달하지 않게 된다. 최저임금법 위반에서 벗어난 회사는 이번에는 통상임금 낮추기에 나선다. 초과근무수당을 줄이려는 것이다. 상여금을 재직 여부에 따라 지급해 통상임금 성격(정기적·일률적·고정성)에서 벗어나도록 했다. 상여금을 빼고 통상임금을 계산하면 초과근무수당을 적게 줄 수 있다.

2019년이 되자 A씨 월급명세서의 ‘속사정’은 더 복잡해졌다. 최저임금은 10.9%나 올랐지만 A씨의 임금 총액 상승률은 0.8%다. 1년 전보다 더 교묘해진 임금 체계에 따라 이런 인상률이 나왔다.

정부는 올해부터 매월 지급되는 복리후생비와 월 1회 이상 지급되는 상여금 일부를 최저임금에 포함키로 했다. 그러자 A씨 회사는 기본급을 동결하고 최저임금에 포함될 수 있는 라인수당(67%) 생산장려수당(7%) 보건수당(47%) 복지수당(36%)을 대폭 올렸다. 여기서 한 번 더 꼼수가 동원됐다. 회사는 수당을 크게 인상했지만, 상여금을 대폭 깎았다. 회사는 상여금의 최저임금 산입 여부가 불투명하자 월 10만원을 삭감하고, 그 금액을 그대로 수당에 얹었다.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게 된 것이다. 이 조치에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들어가지 않아 통상시급이 시간당 최저임금보다 낮아지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

이렇게 해서 A씨의 올해 월급 가운데 최저임금 계산식에 반영되는 임금은 174만5150원이다. 딱 올해 최저임금과 같다. 다만 다툼의 여지가 남아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의 기준이 여전히 모호해서다. 정부가 보건·복지수당을 복리후생비로 판단해 일부만 최저임금 계산식에 넣으면 A씨는 최저임금 미달자가 된다. 상여금도 애매하다. 정부는 2018년 상여금의 경우 월 1회 이상 쪼개 지급해도 금액 산정 기준이 연 단위로 이뤄지면 최저임금 계산식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A씨 상여금은 최저임금 계산식에 들어가지 않지만, 회사 측은 반발할 수 있다. 아울러 2019년 상여금은 월 1회 이상 쪼개 지급되지만 산입 개편 기준(최저임금 25% 초과, 올해 기준 약 43만원)에 미달해 계산식에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가뜩이나 어지러운 임금체계를 정부가 더 복잡하게 만든 꼴이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통상임금과 최저임금은 근로의 대가라는 측면에서 통일할 필요가 있다”며 “일원화에 따른 사용자와 근로자의 유불리가 다른 만큼 한꺼번에 손질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 교수는 “두 임금의 충돌을 땜질식으로 보완하다 보니 또 다른 왜곡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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