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칼럼] 검찰개혁 잘 될까

국민일보

[김진홍 칼럼] 검찰개혁 잘 될까

입력 2019-02-18 04:00
  • 100%당첨 백만 자축 뒷북이벤트

기사사진

전 정부의 적폐 청산 위해 검찰에 큰 신세지고,
여권 인사들 줄줄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어
집권 3년차, 검찰 칼끝이 여권 향하면 개혁 요원해질 것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차영환 전 경제정책비서관, 이인걸 전 특별감찰반장…. 현 정부 청와대에 근무 중이거나 근무했던 이들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청와대에 맞서 폭로전을 계속하는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 지금은 소강상태인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폭로 사태와 관련해 고소·고발되거나 수사의뢰된 인물들이다. 혐의는 대부분 직권남용이다. 말 그대로 직권을 함부로 사용해 엉뚱한 일을 시키거나 타인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혐의다. 직무유기도 있다. 현 정부 들어 적폐 수사에 휘말려 검찰청사를 들락거려야 했던 보수 정부 인사들 상당수에게 직권남용 또는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됐었는데, 현 정부 청와대 인사들도 똑같은 혐의로 수사 받을 처지에 몰린 것이다. 이른바 ‘드루킹 파문’과 관련해 수사를 받던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최근 불기소 처분을 받았으나 ‘김태우 건’ 수사는 현재진행형이다.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드루킹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은 정치자금법 위반이라는 별건으로 재판에 회부돼 여전히 검찰 손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도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부를 수 있는 정치인들이 꽤 있다. 김태우 전 특감반원을 ‘꼴뚜기’ ‘피라미’라고 비하해 모욕 혐의로 고소된 홍익표 의원과 최민희 전 의원, 재판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서영교 의원, 고속도로 휴게소 카페사업 특혜 의혹이 제기된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과 우제창 전 의원, 논란을 일으킨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과 함께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된 윤호중 사무총장 등등. 여기에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얼마 전 탈당해 무소속이지만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의원도 수사 대상이다.

정부 역시 비슷하다. ‘신재민 건’과 관련해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발됐다.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에 휩싸인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외교부 공무원의 사생활 감찰 의혹 등을 받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그리고 피우진 보훈처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고발됐다.

이 와중에 청와대가 검찰 개혁을 다시 들고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한 건 신호탄이다. 권력기관, 특히 검찰 개혁은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경찰에 독자 수사권을 주는 것은 물론 검찰의 경찰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하는 등 검찰 권한의 분산이 핵심이다.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불안하다. 현 정부 들어 검찰의 힘이 너무 강해졌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사회 각 분야의 이른바 ‘주류세력 교체’를 위해 검찰력을 총동원했다. 그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감됐다. 사상 처음으로 전 대법원장을 구속했고, 전직 국정원장들도 재판을 받고 있다. 이전 두 정부에서 주요 정책을 추진하거나 요직을 맡았던 상당수 공무원들은 적폐 청산 대상으로 전락해 처벌받거나 옷을 벗었다. 수사를 받던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도 벌어져 보복·표적·과잉수사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적폐 수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검찰 외에 마땅한 수사기관이 없다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을 최대한 활용해온 집권세력이 이제 검찰을 향해 권한을 내려놓으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건 아이러니다. ‘과연 검찰을 개혁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게다가 검찰 개혁을 주도하는 조국 민정수석이 ‘김태우 건’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상태다.

법조계 일각에선 여권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약화시키기 위해 검찰 개혁 카드를 꺼내든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다. 여권 인사들이 보수 정부의 적폐와 다를 바 없는 일을 저질렀다는 점이 검찰에서 확인되면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에 타격을 줄 것이기 때문에 검찰 압박에 나섰다는 시각이다.

모르긴 해도, 검찰 내부에선 ‘토사구팽’을 거론하며 불만과 분노가 은밀하게 퍼지고 있을 것 같다. 현 정부 초기에 적폐 청산 대상 1호였으나 적폐 수사를 통해 청산의 주체로 선 줄 알았는데, 다시 청산 대상이 됐으니 심사가 편할 리 없을 거란 얘기다. 검찰이 앞으로는 집권세력 입맛대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권 실세들을 검찰청 포토라인에 세울 소지도 있다. 집권 3년차 증후군 중 하나가 권력형 비위 발생이어서 더욱 그렇다. 그 경우 정국은 요동칠 것이고, 검찰 개혁 동력은 떨어질 것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검찰의 칼끝이 여권 인사들을 향할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편집인 jhkim@kmib.co.kr

많이 본 기사

포토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