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진각] 대중문화에 편중된 문화예술 관람

국민일보

[기고-김진각] 대중문화에 편중된 문화예술 관람

입력 2019-02-18 04:00

기사사진

우리 국민들의 문화예술 향유 증대를 위해 공을 들이지 않는 정부는 여태껏 없었다. 가깝게는 지금의 문재인정부가 그렇고, 조금 멀게는 김대중정부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군사정권 시절엔 국민의 성난 민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긴 했다.

민주화 이후엔 국민들에게 단 한 편의 연극, 무용, 축제, 페스티벌, 영화 등을 더 즐길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의 순수성이 읽혀졌다고 보는 게 옳다. 문화예술이야말로 정신적인 풍요로움과 삶의 질 향상을 이끌어낼 수 있는 ‘확실한 한 방’임을 보수 정권이든, 진보 정권이든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2년마다 한 번씩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가며 ‘문화향수실태조사’를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재인정부 역시 지난해 조사한 문화향수실태조사 결과를 며칠 전 발표했는데,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조사 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우리 국민의 지난 1년간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이 사상 처음 80%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관람 횟수도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평균 5.6회를 기록했다는 게 문체부 설명이다. 읍면지역의 관람률 또한 2년 전 조사 당시에 비해 6% 포인트 뛴 71.7%로 대도시(85.2%) 중소도시(82.1%)와의 관람률 격차가 완화됐다는 결과도 함께 내놓았다.

국민의 문화예술 관람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관람 횟수도 덩달아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임에 틀림없다. 정부가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1년에 한 차례 이상 영화관이나 공연장, 미술관, 페스티벌 현장 등 다양한 문화예술 현장을 찾았다는 정량적 결과에 큰 의미 부여를 한 것을 문제 삼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문화예술 정책의 핵심 의제 중 하나이자 노무현정부에 이어 현 문재인정부도 천착하고 있는 문화민주주의가 문화의 대중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더라도 내용적 해부는 향후 우리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를 질적으로 증진시키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핵심적인 것은 소위 대중문화로 일컫는 영화, 대중음악 및 연예 등 대중예술 장르에 대한 관람 편중이 더욱 심각해졌다는 사실이다. 구체적인 관람률을 보면 영화 75.8%, 대중음악 및 연예 21.1%였던 데 비해 순수예술 장르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연극(14.4%) 미술전시(15.3%) 클래식(5.5%) 무용(1.8%) 등은 대중문화 관람률에 견줘 존재감을 찾기란 불가능했다.

문화예술 즐기기는 일종의 개인적 취향으로 여겨진다. 이런 까닭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문화예술 장르별 관람률을 끌어올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매년 막대한 국민 문화예술 향유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문화예술 관람의 장르별 과도한 편중 현상의 원인은 따진 뒤 정책적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옳다.

개인의 문화예술 향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소득이나 교육 수준, 문화예술 교육 경험, 성별, 연령 등에 따라 다양하다는 것은 학계에서 이미 입증이 됐다. 그렇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보다 분명해진다. 예컨대 순수예술 관람이 저조한 이유 중 하나가 해당 장르에 대한 이해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국민들의 문화예술 교육 경험 기회의 폭을 넓히는 데 향유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식이다. 국민의 전반적인 문화적 소양을 높여 여유있는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원인 분석 없는 정책이란 무의미하다는 관점에서 퇴직한 연령층이 저렴한 비용으로 문화예술 교육을 받게 하거나 관람을 할 수 있도록 바우처 제도 또는 할인혜택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선진국일수록 문화예술 분야가 다양하고 장르별 균형을 도모하고 있는 추세다. 문화예술 정책이 데이터의 함정에 빠져선 곤란하지 않은가.

김진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 교수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