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나경원 원내대표

국민일보

[사설]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나경원 원내대표

입력 2019-03-13 04:01
국회 대표연설 품격 훼손하는 발언, 보수층 결집 위한 색깔공세 부적절 …여야의 공방 격화로 국회 파행 우려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 이제는 부끄럽습니다.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렇게 말하는 바람에 국회가 시끄럽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가원수 모독죄라며 긴급사과를 요구하고 국회 윤리위 회부를 검토키로 했다.

수석대변인이란 표현은 지난해 9월 26일 미국 통신사 블룸버그가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top spokesman)이 됐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내면서 처음 나왔다. 기사에는 “김정은이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동안, 그에게는 사실상 대변인처럼 칭찬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문 대통령”이라는 내용도 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이 보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신 보도 내용을 단순히 전하는 형식이라기보다는 확신을 갖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했다.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 이제는 부끄럽습니다’라는 발언은 외신 보도 내용도 아니고 나 원내대표의 주관적인 판단과 생각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표현과 비판의 자유가 있다. 다른 사람의 발언을 전하거나 인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허용되는 것이 아니다. 지켜야 할 선이 있고, 품격이 있으며, 무엇보다 책임성이 있다. 대통령을 김정은 대변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정치공세다. 그것도 색깔론을 입히는 것이다. 시중에서 떠도는 말이나 중하위 당직자 발언도 아니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할 말은 더더욱 아니다.

이런 말을 했을 때 일어날 파장을 나 원내대표가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의도가 있을 것이다. 보수층 결집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북한 비핵화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태극기 부대로 대표되는 한국당 중심 세력의 정서를 대변하려는 것이다.

국회는 난장판이 됐지만 대표연설을 끝까지 마친 나 원내대표는 밝게 웃는 표정으로 본회의장을 나오면서 연호하는 지지자들에게 두 팔을 들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은 물론 청와대까지 나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반발하는 정도가 지나치면 역시 진보세력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비쳐질 수 있다. 국회에 할 일이 산더미 같다. 국회가 파행되지 않도록 여야 모두 자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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