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비핵화 협상하면서 뒤통수 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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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비핵화 협상하면서 뒤통수 쳤나

제재 위반 사례는 비핵화 의지 의심케 해…중·러 안보리 이사국 책임 다하고 정부는 강력한 입장 표명해야

입력 2019-03-14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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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벌이면서도 핵·미사일 활동을 하고 유엔의 금수 품목을 선박 간 이전 방식으로 불법거래 해왔음이 드러났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12일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온전하게 유지(remain intact)’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해상에서 금수품 밀거래와 중동·아프리카 등에 대한 무기 수출, 불법 해킹, 금융 활동 등 북한의 위반 사례를 적시했다.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회원국들이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의심) 사례를 유엔에 통보하면 제재위가 평가해 작성하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등 안보리 15개 이사국의 승인도 받았다. 보고서대로라면 북한이 미국 및 남한과 정상회담을 하면서도 뒤통수를 치는 비겁한 행위를 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제사회가 갖고 있는 대북 불신을 더 강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제재위는 특히 지난해 며칠 동안 또는 부분적으로 영변 원자로 가동이 중단된 적이 있지만, 영변 핵단지는 여전히 가동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사용후 핵연료 인출 가능성, 원심분리기 구매와 북쪽 국경지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기지 개발 의혹도 제기했다. 지난해 8개월간 148차례 정제유 밀수도 했다. 다른 수많은 위반 사례도 적시됐다. 이 정도면 눈에 보이는 핵·미사일 실험만 빼놓고 온갖 것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과연 정상적인 비핵화 협상이 이어질지조차 의심스럽다. 이러니 대북 대화파로 분류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입에서도 “김정은이 내게 6번이나 비핵화 약속했다. 행동으로 보여줘라”고 불신을 표하지 않는가. 더욱 교묘한 것은 북한이 핵·미사일 조립 및 생산시설에 대한 타격을 피하기 위해 민간공장이나 비군사시설을 반복적으로 활용하고, 무기체계를 이동·시험하기 위한 철도나 도로 등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 시설을 분산·은닉하겠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앞으로 비핵화 협상을 해도 관련 활동을 비밀리에 하겠다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면 제재위 보고서 내용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내용을 토대로 유엔과 국제사회가 더 강력한 제재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도 이런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보리 상임이사국답게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특히 정부도 보다 강력한 입장을 표명하기 바란다. 비핵화 의지를 의심케 하는 위반을 눈감아주면서까지 중재하겠다는 저자세는 결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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