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6개월이어서, 최저임금 미달돼서…청년 울리는 ‘청년채움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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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 6개월이어서, 최저임금 미달돼서…청년 울리는 ‘청년채움공제’

까다로운 기준 탓에 영세기업 취업자 역차별

입력 2019-03-1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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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중소기업에 취직한 정모(24)씨는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 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했다. 공제 운영기관 상담원은 “수습기간이 3개월 이내인 회사만 신청이 가능하다”고 했다. 정씨 회사의 수습기간은 6개월이었다.

광주 북구에서 유통 계열 중소기업에 취직한 김모(29)씨도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하기 위해 회사와 씨름해야 했다. 가입하려면 수습 기간 최저임금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김씨의 회사는 최저임금에 조금 못 미치는 급여를 줬다. 김씨는 “회사에 ‘수습기간을 마치고 난 뒤 받을 예정인 고정연장수당을 내리는 대신 기본급을 올려 달라’고 해 겨우 공제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의 엄격한 가입 기준이 청년 취업자들 사이에서 논란이다. 정부가 중소기업 재직 청년을 지원하기 위해 제도를 마련했지만 높은 가입 기준 탓에 오히려 열악한 근로 환경에 있는 청년이 배제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진흥 효과도 저조하다고 분석한다.

‘청년내일채움공제 시행지침’에는 중소기업 신입사원이 공제에 가입하기 위해선 수습기간이 3개월 이내여야 하고 해당 기간에 ‘최저임금 100% 이상’의 급여를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좋은 중소기업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마련한 기준”이라며 “수습기간이 너무 길고 임금을 낮게 주면 좋지 않은 회사라 판단해 지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 취업자들은 역차별이라고 토로한다. 13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 비중이 2017년 기준 13.3%에 이르고 다수 회사의 수습기간이 3개월이 넘는다. 지난해 말 서울 종로구의 한 중소기업에 취직한 이모(26)씨는 “정부의 홍보를 보고 돈을 모을 계획을 짠 뒤 입사했는데 수습기간이 3개월이 넘는다는 이유로 가입이 거절돼 좌절했다”고 말했다. 윤모(29)씨도 “대기업에 입사한 친구들과 비교되는 것도 스트레스인데 이제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이 가능한 중소기업에 취직한 친구들과도 차이가 생겼다”며 “또 다른 차별을 만들다니 청년을 위한다는 취지가 유명무실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입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아 피해가 고스란히 청년들에게 간다고 지적했다. 박사영 노무사는 “특별히 수습기간을 정한 법적 기준이 없고 최저임금법에서는 입사 이후 3개월 이내는 최저임금의 90%만 줘도 허가해주고 있다”며 “위법도 아닌 사항으로 혜택 대상에서 제외하는 건 제도의 허점”이라고 말했다. 정승균 노무사도 “결과적으로 영세 사업장에 취직한 청년들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위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피상적인 중소기업 지원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황경숙 성신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청년들에게 중소기업은 원하는 일자리에 가기 전 거치는 ‘정거장’에 불과하다.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 요건을 충족한 중소기업이라고 해도 목돈을 받으려고 버티는 정거장이고 이마저도 안 되는 회사는 인력 이탈이 가속화되는 구조”라며 “중소기업 내에 차별을 두기보다 청년들이 왜 중소기업을 기피하는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좋은 일자리를 늘리려는 취지였으면 강한 유인책을 써서 강제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보니 회사는 ‘나 몰라라’ 하고 청년들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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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내일채움공제
=고용노동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중견기업에 취직한 만 34세 이하 청년들의 장기 근속을 위해 운영하는 일종의 ‘공동 적금’ 사업. 청년이 2~3년간 300만~600만원을 적립하면 정부와 기업이 돈을 보태 1600만~30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해준다. 대상 요건에 맞는 근로자는 취업일 전후 3개월 이내에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신청해야 한다.

안규영 최지웅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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