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권민정] 위기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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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시론-권민정] 위기의 아이들

입력 2019-03-15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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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 유영철이 검거됐을 때의 일이다. 우리 상담실이 속해 있는 보호관찰소 소장이 상담실 선생님들에게 특별히 점심 대접을 하겠다고 했다. 연말에 식사 대접을 받은 적은 있지만 연중에는 처음 있는 일이라 의아했다. 유영철이 검거된 후 했던 말을 듣고 상담실에서 자원봉사하는 선생님들이 생각났다는 것이다. “유영철이 절도로 처음 범죄를 저지르고 소년범이 됐을 때 자기를 잡아줄 따뜻한 어른 한 사람만 있었어도 지금과 같은 살인범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어요. 선생님들은 미래의 유영철을 미리 예방하고 있는 겁니다.” 밥을 사면서 스무 명의 범죄예방위원(현 명예보호관찰관) 선생님들에게 했던 말이다.

소년 재판 1-5호 처분을 받아 보호관찰 중인 아이들을 상담하며 같이 밥도 먹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멘토 역할을 하는 선생님들은 자신이 돌보는 아이들이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한다. 탈주해 가정집에 들어가 인질극을 벌여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지강헌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홀리데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지고 지강헌이 했던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이 유행했다. 그 역시 어린 시절 처음 잘못된 길로 들어섰을 때 자기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어른 한 사람만 있었어도 범죄자가 되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심리학자 에미 워너 교수는 하와이 군도 카우아이섬에서 1955년에 태어난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수십년 추적조사를 한 결과 가장 불행하고 열악한 환경에 있던 201명의 아이들 중 3분의 2는 문제아가 되었고 3분의 1은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잘 자란 아이들의 원인을 연구해보니 이 아이들에게는 끝까지 자기편이 되어주고 이해해준 어른 한 사람이 있었다. 그것이 아이들에게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강력한 힘인 회복탄력성을 가지게 했다는 것이다. 회복탄력성이란 인생의 바닥에서 바닥을 치고 올라올 수 있는 힘, 밑바닥까지 떨어져도 꿋꿋하게 되튀어 오르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

신학기가 시작되었다. 추운 겨울 움츠리고 있다 따뜻한 봄을 맞아 어깨를 펴듯 새 학기를 맞이하는 학생들은 새로운 계획과 희망에 마음이 설렌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있다. 학교 밖 아이들이다. 이들 중 많은 수는 유학이나 대안학교, 검정고시, 직업훈련 등으로 진로를 모색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지만 또 많은 수의 아이들이 길 위를 헤매고 있다. 가출해 길 위를 떠도는 아이들 수가 2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들이 집단을 이뤄 다니며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지르는 비행소년이 된다.

비행소년들은 실제로 처한 환경이 상상할 수 없이 열악하다. 청소년의 절도와 폭력이 아동학대와도 깊은 관련이 있는데 부모에게 학대받다 죽지 않으려고 가출하기도 한다. 이들의 대부분은 부모의 이혼, 별거 등 가정 해체로 인해 마음의 상처가 크며 외로움을 심하게 타고 무기력하다. 학교에서도 밀려나고 사회에서도 소외돼 외롭고 가난한 아이들에게 남는 것은 비슷한 상황에 놓인 또래들밖에 없기에 친구관계에 목을 매기도 한다.

성경 미가서 6장 8절은 하나님의 정의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 하나님의 뜻은 우리보다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향한 배려, 사랑이 담긴 나눔과 섬김이다.

비행소년은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처한 사회적 약자다.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없는 아이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우는 일은 어른들의 몫이다. 이 아이들에게도 ‘한 사람의 어른’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 자녀들과 다음 세대를 함께 살아갈 아이들이기 때문에 어른들이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우리 사회 미래공동체에 대한 값진 투자이다.

권민정(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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