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품·향응 판치는 조합장선거 이대로 놔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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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품·향응 판치는 조합장선거 이대로 놔둘 건가

입력 2019-03-15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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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실시된 제2회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가 각종 불법·탈법으로 얼룩졌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불법 행위로 입건된 인원이 402명으로, 4년 전 1회 선거(369명) 때와 비교해 8.9%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금품선거사범이 247명(61.4%)으로 가장 많았다. 경찰 또한 선거사범 725명을 단속해 이 가운데 4명을 구속하는 등 총 14명을 기소했다.

전국 조합장선거는 농협·수협·산림조합장을 뽑는 선거다. 이번 선거로 전국에서 농협 1114명, 수협 90명, 산림조합 140명 총 1334명의 조합장이 새로 선출됐다. 명색이 전국 단위 선거인데 선거가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국민이 적잖다. 투표권이 조합원 등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이다.

조합장 평균 연봉은 억대에 이른다. 게다가 지역에서 막강한 권한까지 행사할 수 있으니 선거 때마다 금품과 향응이 오가는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 총선이나 지방선거와 달리 유권자가 적어 후보자의 매표 행위가 더욱 기승을 부린다. 후보자의 잘못된 의식이 가장 큰 문제이나 지나치게 제한적인 선거운동이 불·탈법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조합장선거는 예비후보자 제도가 없고, 후보자만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13일간의 선거운동 기간에만 선거공보, 벽보, 어깨띠 등을 활용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일반 선거보다 선거운동할 수 있는 폭이 좁다 보니 깜깜이 선거가 되기 십상이고, 지명도 낮은 후보들은 돈선거 유혹에 빠지기 쉽다.

‘입은 풀고 돈은 막는’ 선거의 원칙이 조합장선거에도 적용돼야 한다. 현행대로 선거를 치르라는 것은 불법·탈법을 조장, 방조하는 행위와 다름 없다. 1회 동시 선거 이후 후보자 배우자의 선거운동과 대담 및 토론회 개최를 허용하고, 예비후보자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늦었지만 정부가 과도하게 선거운동 방법을 제한하는 현 규정을 완화하고 조합원의 알 권리 확대를 위해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개정에 나선 건 바람직하다. 국회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이번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조합의 경영비리와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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