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비호 아니면 가능하겠나”… 與野 유착의혹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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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비호 아니면 가능하겠나”… 與野 유착의혹 질타

국회 출석 민갑룡 경찰청장 “국민께 죄송” 고개 숙여

입력 2019-03-1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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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갑룡 경찰청장이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곤혹스러운 듯 안경을 벗고 얼굴을 감싸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민갑룡 경찰청장이 14일 국회에 나와 ‘승리 게이트’와 관련한 경찰 유착 의혹에 대해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민 청장이 이번 논란에 관해 공식적으로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유착 의혹과 부실 수사 논란을 거세게 질타했다. 민 청장은 “살을 베는 마음으로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답했다.

민 청장은 이날 업무보고를 하기 위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여야 의원들은 승리 게이트 관련 질문을 쏟아냈다. 민 청장은 첫 질의부터 사과 표명 여부를 놓고 의원들과 미묘한 기싸움을 벌였다.

첫 질의에 나선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어제 브리핑에서도 국민들께 한마디 사죄 표명이 없었다”며 “사과부터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민 청장은 전날 이례적으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수사 진행 상황을 설명했지만, 사과 표명은 없었다.

김 의원 질의에 대해 민 청장은 “국민들께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도 “현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사안이고 수사를 통해 확인하는 과정이다. (사실관계를) 명명백백하게 밝힌 다음에 국민들께 정중히 사과드리겠다”고 답했다. 아직 유착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으니 사과를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어서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부실 수사 및 유착 의혹을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거론하자 민 청장은 결국 사과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이 자리를 빌려서 범죄와 연루된 유착 의혹과 국민들의 걱정에 대해 경찰 책임자로서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심정을 묻는 질문에는 “마음이 착잡하다”고 했다.

민 청장이 사과를 주저한 것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도입 등 경찰 주요 이슈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을 통해 1차 수사권과 수사 종결권을 갖고자 하는데,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에서 경찰의 부실 수사가 드러나면 국민들의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찰과 유흥업소의 유착도 자치경찰제 도입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민 청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민기 의원은 “마약, 성폭력, 탈세, 폭력이 다 연결돼 있는데, (경찰의) 비호가 있었기 때문에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것이 아니냐”며 “지금 126명이 수사하고 있는데, 1만명이 한들 1000명이 한들 내가 나를 수사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따졌다. 경찰의 내부 조사가 제 식구 감싸기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한정 의원도 “경찰이 계속 뒷북을 치고 있다는 지적이 따갑지 않느냐”며 “자치경찰과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새로운 경찰상을 정립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인데, 이 문제를 잘 처리하지 못하면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물었다.

이제 남은 것은 경찰이 내놓을 수사 결과다. 유착과 부실 수사 의혹을 경찰 스스로 얼마나 밝혀내느냐가 관건이다. 민 청장도 국회 답변을 통해 수사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그는 “강도 높은 감찰을 통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조치하겠다. 경찰의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국민들에게 확신과 신뢰를 줄 만한 수사 결과를 내놓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를 승인받지 못할 것이라는 절박감을 갖고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판 김성훈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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