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배상’ 갈등 韓·日, 상황 악화 막자는데 공감

국민일보

‘강제징용 배상’ 갈등 韓·日, 상황 악화 막자는데 공감

기본 입장은 평행선을 달려… 당분간 경색 국면 못 벗어날 듯

입력 2019-03-14 19:06 수정 2019-03-14 22:07
가나스기 겐지(왼쪽 두 번째)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한·일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1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뉴시스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의 후속 조치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14일 외교 당국 간 협의를 열어 상황 악화를 막자는 데 뜻을 모았다. 단 강제징용 배상에 대한 기본 입장은 평행선을 달려 당분간 한·일 관계는 경색 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일본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 자산 압류로 금전적 손해가 발생할 경우 대응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굳은 표정으로 청사에 들어선 가나스기 국장은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곧장 회의실로 올라갔다. 협의는 1시간45분간 진행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는 일본 정부에서 나오고 있는 대응 조치의 부적절성과 언론에 이런 문제가 부각되는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며 “일본 측도 그런 대립과 갈등이 부각되는 게 옳지 않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적어도 한·일 외교 당국 간에는 그런 일(일본의 보복 조치 현실화)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다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양측 모두 필요한 검토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지난 12일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 출석해 “관세(인상)에 한정하지 않고 송금이나 비자 발급을 정지하는 등 여러 보복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모든 선택지를 고려해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현재로선 일본의 보복 조치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지만 그렇다고 아예 배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보복 조치가 100개 안팎이라는 현지 언론 보도도 있었다.

일본은 이날 협의에서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명시된 분쟁 해결 절차인 정부 간 외교적 협의도 거듭 요청했다. 이에 정부는 “면밀히 검토 중”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본은 우리 정부가 외교적 협의에 응하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인 중재위원회 구성을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번 회의에선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은 부산 일본총영사관 인근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설치된 데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0월 강제징용 피해자 고(故) 여운택씨 등 4명이 일본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여씨 등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피해자 변호인단은 신일철주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에 대한 압류신청서를 대구지법에 냈고 법원은 압류를 결정했다.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를 돕고 있는 소송 대리인단도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에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압류 명령을 신청했다.

권지혜 이상헌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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