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성덕 칼럼] 원전 생태계 죽이지 마라

국민일보

[염성덕 칼럼] 원전 생태계 죽이지 마라

입력 2019-03-20 04:01

미세먼지 줄이려면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함께 사용해야 하는데 이 정권은 탈원전 위한 가속페달만 밟아
탈원전 정책으로 사지에 몰린 기업들과 미세먼지로 고통 받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가


국가수반은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할까. 통합과 소통, 올바른 정책 결정, 탕평책과 인재 발굴, 미래 비전 등을 두루 갖출수록 좋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런 자질을 모두 구비한 국가수반을 찾기란 쉽지 않다. 다양한 자질 가운데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와 밀접한 정책 결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좋은 뜻으로 시작한 정책도 정반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중국 대약진운동 때 ‘참새 박멸 작전’은 인구에 회자되는 국가 지도자의 실책이다. 마오쩌둥은 1958년 벼를 쪼아 먹는 참새를 해로운 새로 규정했다. 그의 눈에는 인민의 먹거리를 가로채는 참새가 인민의 적이었을 것이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마오의 지시로 참새 소탕전이 펼쳐졌다. 수많은 참새가 떼죽음을 당했다. 선의로 시작한 정책이지만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다. 천적이 사라지고 먹이사슬이 깨지자 해충이 창궐했다. 흉년과 기근이 닥치면서 수천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뒤늦게 연해주에서 참새를 공수했지만 ‘새 발의 피’였다. 치명적인 실책으로 마오의 정치적 기반은 급격히 약화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이 참새 박멸 작전을 닮아 가고 있다. 이 정책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환경운동가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참고했을 것이다.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었던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탈핵은 선명성을 강조하기 위한 정치적 구호였고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정치 슬로건이 정책으로 굳어졌다. 이 정권은 점진적인 에너지 전환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탈원전을 향해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탈원전 정책을 폐기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원전이 가장 효율적이다. 권위 있는 학술지 ‘사이언스’는 사설에서 발전량이 불규칙한 신재생에너지와 안정적이고 탄소 배출량이 적은 원전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원전을 배제하고 태양광과 풍력만으로 온난화를 막으려면 전기료가 2~3배 오른다고 지적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도 원전이 가장 적절한 기후변화 해결사라고 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원전 대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량을 늘리면 초미세먼지와 온실가스가 급증하고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이 든다고 경고했다. 삼한사미(三寒四微)가 아니라 삼미사미(三微四微)가 전국을 강타하는데도 국민을 미세먼지 속으로 밀어넣는 정책을 고집하면 안 된다. 원전은 악이고 재생에너지는 선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탈원전에 반대하는 국민의 뜻은 분명하다. 한국원자력학회가 세 차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70%가량이 원전 이용에 찬성했다. 이 정권은 원자력학회의 조사결과라며 신뢰성에 이의를 제기한다. 하지만 의뢰 기관을 밝히지 않았고 국내 유수의 여론조사기관들이 객관적인 문항을 만들어 국민 의견을 물었다. 의심스럽다면 이 정권이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된다.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범국민 서명 운동’에는 43만명이 동참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공사에 7000억원이 투입됐고, 공정률은 30%에 달한다. 국책 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정부의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방침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경쟁국들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경쟁국들은 문 대통령을 자국 업체의 수석대변인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가장 강력한 원전 수주 후보국이 원전을 포기한다는데 이런 호재가 또 있을까. 중국 인도 브라질 영국 터키 체코 등은 원전 건설에 속도를 내거나 수주 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대만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국민투표로 탈원전을 포기했다. 현재 탈원전을 고수하고 있는 독일은 인접 국가에서 전기를 수입하고 화력발전을 늘렸다. 한국은 이웃 나라에서 전기를 수입할 수도 없다. 이 정권이 추진하는 남북경협이 성공하려면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필수적이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남북의 전기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탈원전 정책은 멀쩡한 기업을 사지로 몰고 있다. 한국전력이 6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이용률이 3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원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비싼 LNG와 석탄 발전을 늘렸기 때문이다. 한전은 원전 이용률이 1% 포인트 떨어질 때마다 영업손실이 1900억원 발생한다고 추정한다. 한전은 올해 영업손실이 2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원전 이용률 하락과 신재생에너지 보조금 확대로 인한 예상 손실액이다. 한국수력원자력도 5년 만에 적자를 냈다. 2014년부터 3년간 1조~2조원대 순이익을 내던 초우량 기업이 지난해 1376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전력 업체들은 손실을 전기료 인상분으로 메우려고 할 것이다. 국민의 고통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탈원전 정책으로 적자를 낸 한전과 한수원, 폐업 위기에 몰린 원전 관련 기업의 노사는 이 정권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이라도 내야 한다.

논설위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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