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칼럼] 전 정부와 뭐가 다르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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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전 정부와 뭐가 다르다는 건지…

입력 2019-04-01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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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의 현주소 보여준 ‘김의겸 사태’와 3·8 개각 파동
잘못하고도 사과에 인색하고 자기 편이면 괜찮다는 인식 등
과거 정부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모습들 실망스러워


문재인정부의 언행을 보면 ‘전 정부와 다르다는 것인지, 다르지 않다는 것인지’ 가끔 헷갈린다. 집권세력의 속마음은 분명 전자일 것이다. 출범 직후부터 지금까지 과거 보수정부에서 벌어진 일들을 다시 들춰내는 작업을 줄곧 추진하는 와중인데 이전 정부와 같다는 지적을 받아들일 리 없다. 자신들은 뛰어난 DNA를 갖고 있다며 자찬하지 않았는가. 달라야 하는 게 옳다. 현 정부 출범 초기, 많은 시민들도 예전과 다른 정부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 입에서 “이전 정부에서도 있었던 특별하지 않은 현상인데, 왜 우리만 탓하느냐?”는 말이 거리낌없이 나온다. 그러니 잘못을 저지르고도 사과나 반성은 당연히 없다. 더욱이 그 말 속에 과거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은 정부라는 걸 자인하는 의미가 포함돼 있어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차별화가 필요할 때는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과거 정부에 증오의 화살을 퍼붓고, 자신들이 과오를 범했을 때는 과거 정부에서도 그랬는데 뭐가 대수냐고 오히려 따지고 드는 이율배반이 이제는 거의 습성화된 것 같다. 이런 행태들이 ‘현 정부도 과거 정부와 도긴개긴’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김의겸 파문’에도 비슷한 면이 엿보인다. 그는 정부가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을 잇달아 내놓을 무렵 서울의 재개발지역 중 금싸라기로 꼽힌 곳에 급매물로 나온 25억원짜리 건물을 샀다. 시기가 부적절했다.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금액은 10억원에 달했다. 서민은 상상하기 힘든 액수다. 그가 평범한 시민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입’ ‘청와대 얼굴’이라는 중요한 공직을 맡고 있었다. 범인(凡人)과 똑같은 행동을 해선 안 될 자리다. 게다가 서울 전셋집에 살다 청와대 인근 대경(대통령 경호처)빌라 관사에 임대료 없이 이례적으로 입주한 뒤 되돌려 받은 전세보증금 4억8000만원도 쏟아부었다. 부동산 올인에 세금을 활용한 셈이다.

그는 두 차례 해명했다. 춘추관에서 마이크를 잡고는 평생을 전세로 살아왔다거나, 팔순 노모를 모실 넓은 아파트가 필요했다는 등 군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집이 있는데 또 사거나 시세차익을 노려 되파는 경우가 투기이지 자기 경우는 투기가 아니라고 당당히 말했다. ‘난 이렇게 착한 사람인데, 왜들 이러는 거야?’라는 투였다. 가뜩이나 부글부글 끓는 여론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결국 다음날 물러났다. 사퇴하면서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선 아내에게 책임을 돌렸다. 아내가 자신과 상의하지 않고 부동산에 올인했다는 것이다. 전날 해명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 팔순 노모에 이어 아내를 등장시킨 것도 언짢다. 이보다 더 불편한 건 두 차례의 해명에서 죄송하다거나 사과하지 않은 점이다. 그는 대신 ‘시세차익을 보면 크게 쏘겠다’는 농담을 택했다. 사퇴 이후에도 여론이 진정되지 않는 이유다. 그럼에도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선 ‘30년간 무주택자인 김 전 대변인이 공격받을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한다. ‘공직’이라는 개념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3·8 개각 역시 유감이다. 장관 후보자 7명의 인사청문회 결과 도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 부적격자가 상당수다. 위장전입 의혹은 물론 다주택자임을 피하기 위해 부랴부랴 꼼수 증여한 후보자, 학자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온갖 곳에 막말을 퍼부은 후보자, 전세금을 올려 아들을 ‘황제유학’시킨 후보자, 직위를 이용해 아들 일자리를 마련해준 후보자, 자녀의 예금액이 수억원이나 되는 후보자 등등. 도대체 제대로 된 공직자가 정말 없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과거 인사청문 과정에서 낙마한 전 정부의 장관 후보자들과 비교할 때 더 나쁘면 나빴지, 좋은 구석을 찾기 힘들다. 후보자들은 청문회장에서 과거 행적에 대해 “죄송하다” “미안하다” “반성한다”고 했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예전 청와대는 ‘우리 편이니까 이런 정도의 허물은 눈감아줘야 한다’는 식으로 임명을 밀어붙이기 일쑤였다.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달랐다. ‘김의겸 파문’이라는 돌발 상황이 생기고, 정의당과 친여 성향 시민단체들까지 반발하고, 4·3 보궐선거를 의식한 탓인지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 철회했다. 현 정부 들어 첫 지명 철회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사퇴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송구스럽다”고 했다. 청와대가 예전에 비해 몸을 낮췄지만, 두 후보자를 정리한 게 야당 및 여론과의 ‘딜’을 위한 것이라면 옳지 않다. 과거 정부 때 숱하게 봐온 위기모면용 대응을 연상시킨다.

청와대는 추가 낙마자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국민 눈높이를 감안한다면 부적격 후보자들을 더 솎아내는 게 바람직하다. 인사 검증을 잘못한 청와대 참모들에 대한 문책도 필요하다. 과거 정부와 다른 ‘촛불정부’를 자임한 것에 걸맞은 과감한 후속조치를 기대한다.

김진홍 편집인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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