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공부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에 눈망울 초롱초롱

국민일보

내 아이 공부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에 눈망울 초롱초롱

[연중기획] ‘나 혼자 아닌 우리’ <3부> ④ 다문화가정 보듬은 지역사회

입력 2019-04-08 04:02
  • 네이버 채널구독 이벤트 당첨자 발표
대구달성다문화엄마학교 첫 오프라인 수업이 열린 지난달 24일 엄마학교 학생들이 달성군 화원읍행정복지센터에서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있다. 달성군 제공

글 싣는 순서
<1부 : 더불어 살아가기 위하여>
<2부 : 공동체 균열 부르는 ‘신계급’>
<3부 : 한국을 바꾸는 다문화가정 2세>
<4부 : 외국인 노동자 100만명 시대>
<5부 : 탈북민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법>


“역사가 제일 어려워요.”

지난달 24일 오후 2시 대구 달성군 화원읍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대구달성다문화엄마학교’(이하 엄마학교) 첫 오프라인 수업시간. 엄마학교 학생들은 가장 어려운 과목이 뭔지 묻자 이처럼 대답했다. 역사(국사)를 가장 어려워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학생 모두가 우리나라 역사를 처음 배우는 중국과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북한이 고향인 다문화 가정 여성들이기 때문이었다.

엄마학교는 대구시교육청과 대구 달성군이 초등학생 자녀를 둔 다문화 가정 여성들을 위해 마련한 것이다. 자녀의 학교생활을 이해하고 직접 가르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초등 교과 내용을 교육하는 것이 목적이다. 예산과 홍보 등은 대구시교육청과 달성군이 지원하고 교육·운영은 대학 교수, 초·고교 교사 등이 소속돼 있는 한마음교육봉사단(이하 봉사단)이 맡았다.

이날 모인 12명의 엄마학교 학생들은 지난달 10일 입학해 온라인 강의를 듣다가 이날 처음 오프라인 수업에 참여했다. 학생들 중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달성군과 달서구 등에 사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다문화 가정 여성들이다. 17명의 지원자들 중 수업을 따라가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의 한국어 실력을 갖춘 대상자들을 면접 등을 통해 뽑았다. 이들은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과학과 실과, 사회, 역사, 국어, 수학, 도덕까지 7개 과목을 5개월 과정으로 자녀들과 똑같이 학습하게 된다. 대부분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온라인 교육을 주로 하고 2주에 1차례(일요일)만 오프라인 수업을 진행한다.

이날은 첫날이니만큼 수업에 앞서 출석부를 나눠주고 교육 과정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최병규(70·카이스트 명예교수) 봉사단 단장은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차근차근 따라오면 된다”며 “(휴대전화)단체 대화방을 만들 테니 언제든지 질문하라”고 학생들을 안심시켰다. 이어 5개월 동안 오프라인 수업을 맡은 봉사단 소속 이엄전(57·여·진량고) 교사가 수업을 진행했고 학생들은 수업이 끝날 때까지 화이트보드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가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현재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을 키우고 있는 김영숙(43)씨는 “요즘 초등학교 교과 내용이 어려워 아이들이 질문하면 막힐 때가 많아 지원했다”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인 이정민(39)씨도 “아이들도 교육하고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입학했는데 수업을 모두 마치면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7일 봉사단에 따르면 달성군 엄마학교는 봉사단이 운영하는 10번째 학교지만 특별한 점이 있다. 바로 지역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첫 번째 엄마학교라는 점이다. 서울과 대전, 충남 아산, 충북 음성, 경북 경산, 전북 김제, 전남 장성·나주·목포에서 운영되는 엄마학교 9곳은 모두 기업체가 후원하고 있다.

봉사단 측은 지역교육청·지자체 지원 모델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강조했다. 엄마학교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예산과 교육장소, 행정적 지원이 필요한데 지역교육청과 지자체가 함께 지원하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이 모든 것이 한 번에 해결되고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병규 단장은 “한 지역에서 엄마학교 대상자를 선별하고 장소 등을 마련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지역교육청과 지자체의 도움이 있으면 일 진행이 훨씬 수월하다”며 “다른 지역과 달리 대구시교육감과 달성군수는 교육 취지를 듣고 흔쾌히 지원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한마음교육봉사단은 2014년 다문화 가정을 위한 교육 봉사를 위해 탄생했다. 대학 교수와 초·중·고교 교사, 대학생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엄마학교는 실제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교육한 교사들의 문제의식에서부터 시작됐다. 다문화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 잘 적응하고 한국인으로 잘 자라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현장에서 깨달았다고 한다.

▒ 김문오 대구 달성군수의 조언
“엄마가 가정교사 되는 것이 다문화 가정의 성공 열쇠”



“다문화 가정의 성공적인 정착은 엄마가 가정교사가 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문오(사진) 대구 달성군수는 달성다문화엄마학교를 지원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학교에 잘 적응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가정교육”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다문화엄마학교가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김 군수는 “이주 여성들은 한국에서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자녀들의 학교생활을 잘 모르고 이 때문에 소통에 어려움을 느낀다”며 “엄마들이 가정교사가 돼 아이들과 소통하면 아이들도 학교에 잘 적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김 군수는 엄마학교의 대상을 더 늘리고 싶다는 희망도 전했다. 그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다문화 가정 엄마가 달성군에만 200명 이상인데 첫해 12명만 학생으로 받아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매년 대상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고 약속했다. 김 군수는 다문화 가정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시대에 외국인 주민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미래 한국사회를 책임질 소중한 인재들”이라며 “하지만 아이들이 이질감을 느끼고 성장하면 앞으로 큰 사회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이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달성군의 다문화 정책은 이런 김 군수의 생각이 잘 드러난다. 다문화엄마학교를 지원한 것을 비롯해 대구에서 처음으로 ‘결혼 이주여성 친정 방문 사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김 군수는 “그들도 달성군민이기 때문에 문화와 언어의 차이로 거리가 생겨서는 안 된다”며 “다문화 가정이라는 용어도 필요 없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