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우 칼럼] 한국당의 닥치고 공격

국민일보

[이흥우 칼럼] 한국당의 닥치고 공격

입력 2019-04-10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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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강원 산불 대응 체계적이고 신속했다는 평가가 지배적, 그럼에도 한국당은 흠집내기
청문회 때 여론이 한국당에 호응한 건 상식과 사실에 근거했기 때문…是를 非라고 해서야


정치인의 말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닥공’이 시작됐다는 건 선거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다. 각 당의 관심은 온통 1년 앞으로 다가온 21대 총선(2020년 4월 15일)으로 향하고 있다. 국회의원선거는 승자독식구조다. 1등만 살아남는 게임에서 2등은 무의미하다. 무조건 이겨야 하니 남의 행복은 곧 나의 불행이다.

지난주 전초전이 있었다. 무승부라는 평가도 있지만 경남 창원 성산, 통영·고성 두 곳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본전 이상을 뽑았다. 통영·고성에서 여유있게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따돌렸고, 창원 성산에선 거의 다 잡았던 승기를 막판에 놓쳤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그 당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선 창원·통영시장, 고성군수를 모두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불과 1년 사이 민심이 바뀌었다. 한국당이 변한 건 없다. 한국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부른 국정농단에 대해 참회나 사과한 적이 없다. 당을 개혁하거나 체질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없었다. 오로지 선 긋기에만 전념했다. 2·27 전당대회를 통해 태극기부대를 끌어들이는 등 오른쪽으로 이동한 게 변화라면 변화다. 그렇다면 민심이 변한 원인은 현 정부·여당에 있다는 결론으로 귀착된다.

백약이 무효인 경제 상황은 문재인정부 악재 중의 악재다. 소득주도성장의 경우 취지는 좋았으나 각종 지표가 뒷받침을 못해주니 문재인정부 정책 실패를 상징하는 단골메뉴가 됐다. ‘기승전소득주도성장’ 앞에 정부·여당의 대응은 무기력하다. 게다가 개각 때마다 터지는 인사잡음은 문재인정부도 이전 정부와 다른 게 없다는 각인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영원할 것 같던 촛불의 기세가 확연히 꺾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문재인정부를 지탱하는 한 축이었던 남북관계마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지지부진하다. 무엇 하나 문재인정부에 호재인 게 없다. 이는 정부·여당이 추진하려는 개혁의 차질 내지 퇴조를 의미한다. 촛불의 기세에 남북 화해의 동력을 더해도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문재인표’ 개혁을 완성하지 못했는데 하물며 현 상황에서는 언감생심이다.

우리 정치에서 협치가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치인들이 협치하자는 얘기는 말장난에 가깝다. 협치는 정부·여당과 일체가 된다는 건데 야당, 특히 권력을 다투는 제1야당에게 그런 기대를 하는 건 일찌감치 접는 게 좋다. 민주당이 야당일 때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우리 정치는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남이 못해서’ 지지율이 올라가는 구조다. 때문에 정부가 잘하든 못하든 여야 관계는 거의 예외없이 대척점에 서 있다. 그래서 추진하는 주체에 따라 통일은 ‘대박’이 되기도 하고, ‘좌경용공’이 되기도 한다.

강원도 고성 등지에 미증유의 화마가 휩쓸고 지나갔다. 세월호와 비교해 정부의 대응이 체계적이고 신속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세월호 학습효과였든 아니었든 정부가 점수 좀 땄다. 그러나 유독 자유한국당은 평가에 박하다. 정부의 플러스는 자신에겐 마이너스니 어떻게든 흠집을 내야 하고 시빗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때문에 ‘촛불 정부가 아니라 산불 정부’라는 험담이 나왔고 난데없는 색깔론까지 등장했다.

급기야 정책위의장은 공식 회의석상에서 산불 원인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태양광 정책 때문이라는 분석까지 내놨다. 탈원전 및 태양광 정책으로 한국전력의 경영수지가 악화됐고, 무리하게 예산 삭감을 한 탓에 시설 점검이 제때 이뤄지지 못해 고압전선에서 스파크가 일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안전과 직접 관련된 예산은 지속적으로 증액돼 왔다”는 게 한전 측 설명이다. 적자의 주된 원인도 한국당 주장과 달리 국제 연료가격 급등 때문이라고 한다.

탄핵 직후에 비해 한국당의 지지율 상승은 놀라울 정도다. 문재인정부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못내자 실망한 민심이 돌아선 결과다. 여기엔 한국당이 정부·여당에 채찍질을 더하라는 당부의 성격도 담겨 있다. 야당의 비판은 국정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억지춘향 식 비판은 여론의 호응을 얻기 힘들 뿐 아니라 오히려 표를 깎아 먹는다.

강원 산불을 대하는 한국당의 자세가 그렇다. 한국당이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결사 반대했을 때 여론이 호응한 것은 상식과 사실에 근거한 합리적 비판에 있다. 좀처럼 인사를 물리지 않는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으로 조 전 후보자를 지명 철회할 수밖에 없었던 이면에는 한국당의 역할이 컸다.

비판은 감정이나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을 때 힘을 얻는다. 정부가 쏟아낸 무수한 정책들이 국회만 가면 감감 무소식이다. 이번 산불로 관심이 높아진 소방관 국가직 전환 관련 법안도 한국당이 발목을 잡아 여태 국회에 계류 중이다. 시(是)조차 비(非)라고 하는 정당에 유권자는 표를 주지 않는다.

논설위원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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