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용의 수염처럼 돌돌 말린 쇠줄 ‘용수철’

국민일보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용의 수염처럼 돌돌 말린 쇠줄 ‘용수철’

입력 2019-04-13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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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흑심의 질이 신통찮아서 혀를 내밀어 침을 꾹 바르든지 기왕에 나와 있는, 아예 달고 살던 콧물을 살짝 묻히든지 해서 ‘작기장’(‘잡기장’의 변형)에 필기를 하던 국민(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굳이 침이나 콧물을 안 발라도 잘 써지는 질 좋은 모나미 볼펜을 갖고 다닐 수 있게 되었지요. 지금이야 흔해 빠졌지만 당시 볼펜은 아무나 쉬이 쓰던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심만 갈아서 쓰기도 했고, 최종적으로는 꽁무니에 펜촉을 끼워 쓰는 친구도 많았습니다.

그 볼펜 안에 작은 용수철이 들어 있습니다. 글씨 쓸 때는 심이 쏙 나오게 하고, 안 쓸 땐 쏙 들어가게 하는 기능을 하지요. 용수철은 강철이 돌돌 말린 형태로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탄력이 있는 나선형(螺旋形, 소라 껍데기처럼 빙빙 비틀린 형태)의 쇠줄입니다. ‘용(龍)의 수염(鬚髥)처럼 생긴 철(鐵)’이라는 뜻이지요.

龍鬚는 용의 수염이고, 사람의 鬚髥은 난 데가 다른 글자입니다. 鬚는 입 아래 털, 髥은 구레나룻을 포함한 위쪽 털이지요. ‘삼국지(연의)’ 의리의 사나이 관우는 미염공(美髥公)이라고도 불렸는데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있는 동묘에 가서 그의 모습을 보면 이해가 됩니다. 鬚는 거미나 새우같이 입 주위에 있는 수염 모양의 감각기관인 촉수(觸鬚)에도 들었습니다. 용수철을 영어로 스프링(spring)이라고 하지요. 봄도 ‘spring’인데, 주체 못할 만큼 뻗치는 기운이 용수철 스프링과 봄 스프링이 닮았습니다.

큰불로 금쪽같은 우리 산이 많이 탔습니다. 용수철 같은 복원력으로 하루빨리 본래 모습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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