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좋은 먹는 약 나왔는데… 건강보험 적용 안돼 ‘희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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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좋은 먹는 약 나왔는데… 건강보험 적용 안돼 ‘희망 고문’

궤양성대장염, 10~30대 빈발

입력 2019-04-1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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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대에 빈발해 ‘젊은이병’으로 불리는 궤양성대장염 환자들의 고충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설사와 혈변으로 하루에도 수십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하기 때문이다. 젊은층의 경우 학업이나 직장생활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한 20대 직장인 환자는 “주변에 얘기하기도 그렇고 업무 도중에 실례할까봐 불안할 때가 많다. 치료를 위해 병원 가서 2시간씩 주사제를 맞아야 하는데, 조퇴나 연가를 자주 내는 것도 눈치 보인다”고 말못할 속사정을 털어놨다.

이런 환자들의 고충을 덜어줄 새 치료제가 최근 나왔다. 기존 주사제와 달리 먹는 약이어서 직장이나 집에서 복약이 편리해졌다. 지금까지 쓴 약에 효과를 보지 못하고 최후 수단인 장을 잘라내는 수술에 부담이 큰 환자들에게 새로운 옵션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아직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에게 희망고문이 되고 있다. 1년 약값만 1000만원가량 든다.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감안해 의사들도 새 치료제 처방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궤양성대장염 환자는 꾸준히 증가 추세다. 1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년 3만176명이던 환자는 2017년 4만939명으로 약 36% 늘었다. 20대 환자는 같은 기간 약 45%(3738명→5430명)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30대(5648명→6909명)는 약 22%, 10대(1114명→1230명)도 10.4% 늘었다.

궤양성대장염은 소화와 영양 흡수를 담당하는 대장 안에 염증이 끊임없이 생기는 만성병이다. 단순 복통이나 장염으로 오인하기 쉽다. 설사와 혈변이 한 달 넘게 반복되고 참을 수 없는 변 급박감, 점액질 변 등이 나타나면 궤양성대장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염증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며 재발이 잦다.

발병 원인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대장 안에 사는 미생물과 인체 면역시스템 사이 이상 반응이 지속돼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동물성 지방 등 서구적 식습관과 감염, 흡연, 음주, 소염진통제 오·남용, 비만, 스트레스 등이 위험요인으로 지목받는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예병덕 교수는 “특히 젊은층이 많이 찾는 햄버거 피자 같은 패스트푸드의 섭취는 장내 유익·유해 미생물의 균형을 깨고 유해 미생물이 장을 공격해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최근 문제되고 있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과 궤양성대장염의 연관성을 밝히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 병이 완치가 힘들고 평생 관리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 교수는 “원인을 모르니 근본 해결책이 없고 최대한 염증을 줄이고 그 상태를 유지토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아주 심각하다면 대장을 전부 잘라내고 소장을 대장(직장)처럼 만들어 항문에 붙이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부담이 커, 최후의 수단이다.

결국 약물 치료가 근간인데, 염증 범위와 중증도에 따라 항염증제, 스테로이드제, 면역조절제 등이 쓰인다. 증상이 심각할 땐 염증 매개 물질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최신 ‘생물학적 제제(TNF-알파 억제제)’를 사용하는데, 모두 주사제여서 불편이 크다.

1~2개월 간격으로 병원을 방문해 최대 2시간 주사를 맞아야 한다. 사회생활하며 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젊은층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의사처방을 받아 인슐린처럼 집에서 스스로 주사하는 제품도 나와 있지만 보관이나 여행 시 휴대 등에 어려움이 따른다. 상당수 환자들은 주삿바늘 공포와 평생 주사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두려움에 심리적 부담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9월 ‘젤잔즈’(화이자)라는 최초의 먹는 궤양성대장염 치료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고 출시됐다. 당초 류머티즘성관절염 약이었으나 궤양성대장염에도 치료 효과가 인정돼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하루 아침·저녁 두 번 먹고 치료 시작 3일 후부터 신속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주사제에 비해 복약 편의성이 높고 심리적 부담도 훨씬 적다. 보관과 운반도 용이해 출장이나 여행이 잦은 젊은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 미적용으로 환자들에게 빠르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5㎎ 한 알에 1만2992원으로 한 달 약값이 약 78만원, 1년에 1000만원 넘게 들기 때문이다.

예 교수는 “한번 이 약을 쓰기 시작하면 꾸준히 사용해야 하는데, 고가라서 환자들에게 잘 권하지 않는다. 비용 문제가 현실적 벽”이라고 했다. 궤양성대장염환우회 조정일(62) 회장도 “건강보험이 안돼 이 약은 다른 치료제와 달리 비용의 10%만 내는 산정특례를 받지 못해 환자들이 엄두도 못낸다”면서 “올 상반기 안에는 보험이 될 것으로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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