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과 미국 사이에 낀 문 대통령이 해야 할 일

국민일보

[사설] 북한과 미국 사이에 낀 문 대통령이 해야 할 일

입력 2019-04-15 04:01
  • 국민일보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트럼프 설득 못하고, 김정은으로부터 비난 받는 처지… 한·미 공조 강화해 비핵화 로드맵 제시하는 데 집중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에 끼어 어려운 숙제를 풀어가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빅딜 입장을 고수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비롯한 제재 해제와 스몰딜에 대해 “적기가 아니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반면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에게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 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에서 중재자나 촉진자를 자처하고 있지만 설득도, 신뢰를 얻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김 위원장도 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점이다. 이르면 다음 달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를 해야만 제재를 완화하거나 해제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김 위원장은 단계적 비핵화 조치와 그에 상응한 제재 완화를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할 일은 명백하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과 메시지를 김 위원장에게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해야 할 가장 큰 일은 김 위원장이 통 큰 결단을 하도록 설득하는 일이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신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영변 핵시설 폐기 정도로 핵심 제재를 완화할 수 없다.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 추가 조치는 바로 비핵화 대상과 범위, 시기를 명확히 밝히는 등 포괄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면 차제에 한·미 공조와 관련한 우리 입장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북한이 강조하는 민족공조나 우리민족끼리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다. 한·미 간 균열을 노린 전략전술에 불과하다. 비핵화를 위해 한·미 공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혀도 좋을 것이다.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김영남에서 최룡해로 교체하고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국무위원에 임명했다. 새로운 지도부 구성을 계기로 비핵화 협상에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기 바란다.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