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스웨덴도 “어산지 넘겨달라”… 난감한 영국 정부

국민일보

미국도, 스웨덴도 “어산지 넘겨달라”… 난감한 영국 정부

스웨덴 검찰 성폭행건 재수사 돌입

입력 2019-04-15 04:02
  • 100%당첨 백만 자축 뒷북이벤트
사진=AP뉴시스

위키리크스 공동창업자 줄리안 어산지(사진)가 도피생활 7년 만에 체포되자 미국과 스웨덴 등 관련국들은 그에 대한 사법 절차를 벼르고 있다. 미국과 스웨덴은 어산지를 넘겨받아 각각 그의 기밀누설과 성폭행 혐의를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영국 정부는 그의 신병을 미국과 스웨덴 중 어느 곳으로 인도해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영국 하원 의원 70여명은 어산지의 신병을 스웨덴 검찰에 인도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에 지난 12일 밤(현지시간) 서명했다고 AP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사지드 자비드 영국 내무장관은 스웨덴 정부가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할 경우 스웨덴으로 인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주장했다. 어산지는 2010년 스웨덴 여성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2012년 스웨덴 검찰에 기소됐다. 이후 그는 영국 경찰에 체포됐으나 보석으로 풀려난 틈을 타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했다. 영국 경찰은 이때 법원의 명령에 불응해 보석 규정을 어겼던 어산지를 체포할 기회를 엿보다가 최근 에콰도르 정부의 협조로 그를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영국으로서는 7년간 별렀던 법 집행을 재개한 셈이다.

스웨덴 당국도 영국 경찰이 어산지를 체포하자 성폭행 사건을 다시 검토 중이라고 BBC방송이 전했다. 스웨덴 검찰은 어산지가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해 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자 2017년 5월 성폭행 사건에 대한 기소를 중지했었다. 그런데 어산지가 성폭행 혐의 공소시효를 1년4개월 남기고 영국 경찰에 붙잡히자 성폭행 혐의에 대한 재수사에 나섰다.

미국 정부는 이미 영국 정부에 임시 구속영장을 보낸 상태다. 어산지는 2010년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문서 등 기밀문서 25만건을 빼돌려 폭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 정부는 그에게 반역죄까지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어산지는 2016년 미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 정보기관이 해킹한 민주당 문건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 이메일을 위키리크스에 폭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도 그에게 감정이 좋지 않다. 이메일 스캔들의 당사자였던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뉴욕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어산지를 향해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비드 내무장관은 범죄의 심각성과 어느 나라 요청이 먼저 접수됐는지 등을 고려해 어산지의 신병 인도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공익제보자인 어산지를 미국에 넘기면 언론 자유를 훼손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제기돼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영국 남부 벨마시 교도소에 수감돼 영국 정부의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

그의 모국인 호주에서는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리처드 디 나탈레 호주 녹색당 대표는 미국이 어산지에 대한 기소를 중단하도록 호주 정부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어산지의 아버지 존 십턴도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에게 특별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모리슨 총리는 이미 어산지를 특별대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에콰도르 대사관은 어산지가 7년간 대사관에 머무는 동안 총 500만파운드(약 74억원)의 비용을 썼다고 밝혔다. 보안과 경호에 450만 파운드가 들어갔고, 의료비용과 식비, 법률 자문료 등도 모두 에콰도르 정부가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콰도르 정부는 어산지를 대사관에서 내보낸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그의 열혈 지지자인 스웨덴 출신 소프트웨어 전문가 올라 비니를 체포했다. 에콰도르 검찰은 비니를 해킹 관련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어산지는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의 개인정보를 폭로해 에콰도르 정부와의 관계가 틀어졌다. 모레노 대통령은 그가 개인 계좌나 전화를 해킹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많이 본 기사

포토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