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신앙의 선조들 흔적 배인 순례길 깊은 감명”

국민일보

[현장] “신앙의 선조들 흔적 배인 순례길 깊은 감명”

[3·1운동 100주년과 한국교회] 서울 유적지 도보 답사

입력 2019-04-16 00:03 수정 2019-04-1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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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목회포럼 김봉준 대표(왼쪽 세 번째)가 서울 아홉길사랑교회 성도들과 함께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태화관 사적 앞에서 이덕주 전 감리교신학대 교수(오른쪽 네 번째)의 설명을 듣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3·1운동은 덕수궁에서 고종 황제의 승하로 시작해 4월 임시정부 수립으로 막을 내립니다. 여기 종각에서도 4·23 국민대회가 열리고 한성임시정부가 선포됐습니다. 제2의 독립선언서로 불리는 ‘12인의 장서’ 역시 문일평 선생과 승동교회 차상진 목사, 안동교회 김백원 목사 등이 앞장서 이곳에서 낭독했습니다. 3·1운동 전 과정에서 기독인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시작과 끝, 알파와 오메가를 감당했습니다.”



이덕주 전 감리교신학대 교수의 해설에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6시간에 걸친 ‘3·1운동 100주년과 한국교회’ 도보 답사가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국민일보와 서울YMCA가 기획하고 미래목회포럼 김봉준 대표와 그가 시무하는 서울 아홉길사랑교회 교역자와 성도들이 함께한 여정이었다. 오전 10시부터 덕수궁 서울시립미술관 배재학당 정동제일교회 중명전 이화학당을 돌아본 뒤 오후 탑골공원 승동교회 태화관 보신각 등으로 이어진 코스였다.

김 대표는 “역사에 관심이 많은데도 서울에 이렇게 훌륭한 유적지가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면서 “100년 전 선조들의 신앙 흔적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나와 내 가족뿐만 아니고 기독교의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며 국가와 사회를 위해 신앙의 생활화를 실천한 선조들을 보며 오늘의 우리를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오전 답사의 하이라이트는 이화여고박물관과 유관순 동상 앞이었다. 53세로 손주 돌볼 나이에 암흑 속 조선 여성들에게 직접 복음을 전하기 위해 내한한 메리 스크랜턴(1832~1909) 부인과 예일대와 콜롬비아 의대를 졸업한 의사로 미국 상위 1%의 안락한 삶을 버리고 한국행을 택한 외동아들 윌리엄 스크랜턴(1856~1922) 등 모자(母子) 선교사 이야기부터 나왔다. 길가에 버려진 고아들, 병들어 쫓겨난 여성들을 모아 치료하고 먹이고 재우고 가르친 이야기에 이어 이들 선교사의 제자이자 한국인 최초 미국대학 학사학위 취득 여성이자 3·1운동 무렵 중국 베이징에서 의친왕의 파리강화회의 파견을 도모하다 일제에 의해 독살된 것으로 알려진 하란사(1875~1919) 선생, 하 선생이 이끌던 문학 서클에서 공부하던 유관순(1902~1920) 열사까지 이야기가 이어졌다.

유 열사가 3·1운동 1주년을 맞아 서대문형무소에서 재차 옥중 만세시위를 벌이고 모진 고문을 받다 숨지자 일제는 하루 만에 장례를 치를 것을 조건으로 시신을 내준다. 이때 이화학당 전체 학생들이 각자 간직하던 소중한 비단을 모아 밤새 바느질을 해 삼베가 아닌 비단 수의를 열사에게 입히고 정동제일교회에서 장례 예배를 드린다. 여성이 다수였던 아홉길사랑교회 성도들은 눈물을 훔치며 과거 고무줄 놀이를 하며 불렀던 동요 유관순 노래를 함께 불렀다. ‘삼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보며, 유관순 누나를 생각합니다.’

성도들은 한목소리로 ‘한국형 순례길’이라고 극찬했다. 박병재(여) 장로는 “사순절 기간 기도와 금식으로 경건한 시간을 보내며 이런 순례를 할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김경이 권사는 “성지 순례를 다녀온 느낌”이라며 “신앙 전반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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