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으로 몸과 마음 상했지만 북한 원망 안해”

국민일보

“고문으로 몸과 마음 상했지만 북한 원망 안해”

2010년 북한 선교하다 억류, 재미교포 전용수 목사의 고백

입력 2019-04-16 00:13 수정 2019-04-16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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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억류됐던 전용수 목사와 딸 자넷 전 선교사가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2010년 10월 재미교포 전용수(66) 목사는 북한 노동자들에게 성경과 교재를 보내다 북한 보위부에 체포됐다. 이 소식은 한 가정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 목사의 둘째 딸 자넷 전(39·여) 선교사는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며 당시 상황을 어렵사리 털어놓았다. 전 목사가 곁에 있는 가운데였다.

자넷 선교사는 어머니로부터 아버지의 억류 소식을 처음 전해 들었다. 약속된 시간에도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자 어머니는 이 사실을 가족과 미국 국무부에 알렸다. 한국에서 신학 공부 중이던 어머니는 남편을 걱정할 새도 없이 급히 중국으로 향했다. 북한 선교 기록을 파쇄하기 위해서다. 언니는 임신 중이었다. 자신마저 힘들어하면 가족이 무너질까 봐 자넷 선교사는 슬퍼할 수도 없었다.

그 시각 전 목사는 중국인 2명과 화교 1명, 북한 지하 성도 19명과 함께 수용소에 있었다. 전 목사는 6.6㎡ 남짓한 수용소에서 잠도 못 자고 삐뚤어진 의자에 앉아 조사를 받았다. 고문으로 86㎏였던 몸무게는 68㎏으로 줄었다. 정말 고통스러운 일은 따로 있었다. 옆방에서 들리는 동역자들의 비명이었다. 고문으로 간이 손상된 이도 있었다. 전 목사는 “노동교화소로 끌려간 동역자들의 이름을 아직도 기억한다”며 “이는 곧 순교를 의미하는 것”이라 했다.

전 목사는 미 국무부의 노력으로 이듬해 5월 석방됐다. 첫 3년은 트라우마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지만 지금 전 목사는 북한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나님의 따뜻한 인도하심을 매 순간 느끼기 때문이다.

자넷 선교사는 아버지의 억류 동안 기도로 하나님의 응답을 구했다. 그는 “아버지의 부재를 느끼고선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며 “하나님의 손안에 아버지가 있다는 응답을 구하고서야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녀는 상처를 극복하고 새 삶을 찾았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자넷 선교사는 처음에는 인도 선교를 꿈꿨다. 하지만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복음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고민했다. 2017년부터는 한국으로 와 거리공연으로 복음을 전하는 음유시인의 삶을 살고 있다. 길거리에서 청년을 만나 즉석에서 작곡·작사를 해주면서 영혼을 치유하는 것이다. 이미쉘 김브라이언 등 CCM 가수들이 오는 24일부터 전국을 돌며 음악으로 복음 전하는 ‘컴백투어’ 역시 자넷 선교사가 기획한 행사다.

자넷 선교사의 음악 선교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전 목사는 2001년부터 9년간 북한 사역을 통해 음악 전도의 힘을 알게 됐다. 북한의 유행 가곡에 성가를 편곡했을 때 복음이 빠르게 구전으로 전파됨을 체험했다. 전 목사는 “북한 당국이 출판된 성경과 CD는 검열했지만 구전되는 노래까지 검열할 수는 없었다”며 “복음은 하나님의 역사 속에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다양한 방식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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