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아멘코너’서… 신이 선택한 우즈

국민일보

결국 ‘아멘코너’서… 신이 선택한 우즈

천적과의 명승부 연출한 마스터스

입력 2019-04-15 20:38
타이거 우즈가 15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마스터스 최종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퍼팅을 한 뒤 뜨겁게 포효하고 있다. AP뉴시스

‘명인열전’ 마스터스 최종라운드에선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4·미국)와 골프황제의 ‘천적’ 프란체스코 몰리나리(37·이탈리아)의 명승부가 연출됐다. 결국 승부의 향방은 오거스타의 악명 높은 ‘아멘코너(11~13번홀)’에서 결정됐다.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15일(한국시간)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최종라운드. 전날까지 중간합계 13언더파로 선두를 달렸던 몰리나리와 2타 뒤진 공동 2위였던 우즈는 챔피언조에 묶여 함께 라운드를 돌았다. 챔피언조 대진표는 흥미로웠다. 긴 침체에서 벗어나 ‘골프황제’의 부활을 선언한 우즈로서도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가 바로 몰리나리였다. 몰리나리는 지난해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즈를 챔피언조에서 물리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미국과 유럽의 골프대항전 라이더컵에서 우즈를 2차례나 꺾은 신흥 ‘천적’이었기 때문이다.

우즈가 우승한 뒤 가족들과 포옹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경기는 중반까지 한치를 알 수 없는 막상막하의 플레이가 펼쳐졌다. 조국 이탈리아의 축구처럼 탄탄한 ‘빗장 골프’를 한 몰리나리와 화려하고 공격적인 ‘닥공 골프’의 우즈가 제대로 맞붙었다. 실제 몰리나리는 1~6번홀에서 몇차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파로 막았다. 7번홀(파4)에서 첫 보기를 범했지만 곧바로 이어진 8번홀(파5)에서 버디를 낚아 타수를 잃지 않았다. 그 사이 우즈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3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았지만 4번홀(파3)과 5번홀(파4)에서 연속 보기로 무너지는 듯 했다. 다행이 7~8번홀에서 연속으로 한 타씩 줄여 추격했지만 10번홀(파4)에서 다시 보기를 범했다. 11번홀(파4)까지 몰리나리와 우즈의 타수는 줄어들지 않고 계속 2타 차 제자리걸음을 했다.

승부의 추가 기운 곳은 ‘아멘 코너’ 중 한 곳인 12번홀. 그곳에서 몰리나리는 탄식의 “아멘”을 되뇌었고, 우즈는 감사의 “아멘”을 외쳤다. 파3인 이 홀에서 몰리나리는 티샷이 물에 빠지며 더블보기를 범했다. 반면 우즈는 파를 잡으며 단숨에 공동 선두로 뛰어 올랐다.

15일 경기 중반까지 우즈에 두 타 앞섰던 프란체스코 몰리나리가 가장 어렵다는 아멘코너인 12번 홀에서 티샷이 물에 빠진 뒤 다시 칠 곳을 정하기 위해 공을 드롭하고 있다. AP뉴시스

아멘코너의 고비를 극복하지 못한 몰리나리는 평정심을 잃었다. 그리고 결국 15번홀(파5)에서 모든 게 갈렸다. 몰리나리가 친 세 번째 샷이 나뭇가지를 맞고 물에 빠지고 만 것이다. 1벌타를 받고 친 다섯 번째 샷도 그린에 올라가지 못해 더블보기로 무너졌다. 그러자 한번 문 사냥감은 절대로 놓치지 않는 호랑이처럼 우즈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버디를 낚아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우즈는 이어진 16번홀(파3)에서는 티샷을 홀 80cm 거리에 붙여 버디를 추가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몰리나리는 마지막 날 두 타를 잃어 순위가 공동 5위로 미끄러졌다. 몰리나리는 “두 번의 더블보기로 (우즈를 응원한)새로운 팬을 좀 만든 것 같다”고 웃은 뒤 “나는 최선을 다했다. 우즈가 잘 하는 걸 보는 게 기쁘다”고 축하해줬다.

더스틴 존슨과 젠더 셔펠레,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는 한 타차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출전한 김시우(24)는 공동 21위에 자리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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