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靑 육아휴직자 단 2명… 이래서야 일·가정 양립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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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靑 육아휴직자 단 2명… 이래서야 일·가정 양립되겠습니까?

文 대통령 국정철학과 어긋나… 청와대가 육아휴직 활성화에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지적

입력 2019-04-15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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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4월 현재까지 청와대 직원 500여명 중 육아휴직을 쓴 사람은 단 2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가정 양립을 통한 ‘포용국가’ 수립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육아휴직 활성화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일보가 15일 정보공개 청구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직원 총 13명에게 10만원씩 직원 출산축하금을 지급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1년짜리 육아휴직을 쓴 청와대 직원은 단 1명뿐이었다. 나머지 12명은 배우자, 부모 혹은 누군가에게 아이를 맡긴 것이다. 이후 추가로 육아휴직을 신청한 1명을 포함하면 현재까지 육아휴직을 쓴 인원은 총 2명이다.

이는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어긋나는 기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새 정부 들어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기회에 있어 큰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포용국가 사회정책 대국민 보고’ 행사에서 보건복지부 등으로부터 2022년까지 남성 육아휴직자와 두 번째 육아휴직자를 40%가량 늘리는 방안을 보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포용국가 추진 계획이 차질없이 시행될 경우 2022년이 되면 국민 누구나 기본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직원들의 육아 현실과 문 대통령의 구상에 큰 차이가 있는 셈이다.

청와대는 각 부처에서 파견오는 직원들이 비교적 연차가 높아 아이를 낳을 나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고령의 수석과 비서관급 직원을 제외해도 부처나 시민단체, 국회 등에서 온 30, 40대 파견자나 행정요원도 적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출산장려금을 수령한 인원 가운데 출산 후 청와대 근무를 시작한 사람들도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근래에 출산한 경우가 아니어도 법적으로 만 8세 이하 아이를 둔 부모 누구나 육아휴직 대상이다. 이런 지적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가 근무처로서 인기가 많다 보니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휴가를 쓰지 않고, 일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와 비슷한 논리로 민간 기업들이 육아휴직 장려 책임을 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실제로 청와대 직원들은 ‘육아 전쟁’을 겪고 있다. 청와대 직장어린이집으로 지정된 서울 종로구의 M어린이집은 일반 어린이집과 다르게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원생 190여명 가운데 70% 이상이 청와대 직원 자녀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청와대 직원들이 아이를 맡기면서 퇴근시간을 미리 얘기하고 간다”며 “급하게 일이 생겨 밤 10시 이후 어린이집에 오는 직원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0~1세반은 대기자가 많아 등록이 힘든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 대해 김영심 숭실사이버대 아동학과 교수는 “업무량과 별개로 청와대가 모범을 보여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모델을 민간 기업에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환 박재현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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