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T 화재 청문회 여는 데 5개월 걸린 국회

국민일보

[사설] KT 화재 청문회 여는 데 5개월 걸린 국회

입력 2019-04-18 04:05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는 초연결사회를 향한 경고음이었다. 불과 150m 케이블이 불에 타자 당연하게 여겨졌던 스마트한 일상은 순식간에 마비됐다.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새로운 형태의 재난에 우리는 전혀 준비돼 있지 않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17일 이 화재의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를 개최했다. 불은 지난해 11월에 났다. 여야가 문제와 대책을 찾겠다고 마주앉는 데 무려 5개월이 걸렸다. 그동안 이 사안이 다뤄진 과정은 ‘일하지 않는 국회’의 전형을 보여준다. 화재 직후인 11월 26일 과방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현안보고를 들었다. 두 달 가까이 시간을 보낸 뒤 1월 16일 회의에서 KT 측의 해명이 부실하다며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그것이 미루고 또 미뤄져 이날 열렸다. 청문회 방식을 둘러싼 여야 간사 협의가 결렬돼 미루고, 어느 당이 국회를 보이콧해서 미루고, 툭하면 생기는 정쟁거리로 개점휴업 상태에 빠져 미뤘다.

20대 국회를 겨냥해 ‘사후입법(死後立法)’이란 말이 생겼다. 비정규직 법안이든 음주운전 법안이든 누군가 죽어야 국회에서 통과된다는 뜻인데, KT 화재에선 아무도 죽지 않았으니 이런 늑장이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해야 할 판이다. 뒤늦게 열린 청문회는 제대로 진행되지도 못했다. 야당은 관련 장관이 대통령 해외순방에 따라가 참석하지 않았다며 또 연기하려 했다. “정치적으로 기획된 청문회”라거나 “청문회의 본질을 망가뜨린다”는 식의 스스로 청문회를 폄하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올해 들어 1~3월 국회는 전부 빈손이었다. 4월도 곧 하순인데 여야는 인사청문회로 공방을 벌이느라 의사일정도 합의하지 못했다. 경제가 어려워 큰일이라면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과 탄력근로제 확대처럼 여야 이견이 좁혀진 법안도 마냥 손을 놓고 있다. 대통령이 여야정 협의체 가동을 언급했지만 지난해 11월 첫 회의 이후 한 번도 열리지 않은 자리가 과연 만들어질지, 설사 마주앉는다 해도 그것이 정책을 위한 것일지 정쟁을 위한 것일지 불투명하다. 이렇게 한두 달 지나면 여름휴가를 갈 테고, 다시 찬바람이 불면 내년 총선이 성큼 다가와 있을 것이다. 일하지 않는 국회, 언제까지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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