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에게 내려진 암선고와 죽음… ‘왜냐’ 묻지 않았죠

국민일보

우리 부부에게 내려진 암선고와 죽음… ‘왜냐’ 묻지 않았죠

‘교회오빠’ 고 이관희 집사와 아내 오은주씨의 ‘순종’

입력 2019-04-19 19:07 수정 2019-04-2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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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요 11:25~26)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자기를 낮추시고 순종하심으로 드러난 예수님의 사랑은 부활절을 기다리는 우리 모두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것을 네가 믿느냐." 우리의 삶으로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 참된 신앙인의 모습 아닐까.

오은주 집사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남편 고 이관희 집사의 순전한 믿음을 다룬 영화 ‘교회오빠’에 대해 이야기하며 활짝 웃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성경 속 '욥'의 고난처럼 감당할 수 없는 고난 중에도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남은 하루를 더 온전히 하나님 앞에 서고자 몸부림친 한 사람이 있다. 그는 결혼 후 3년 만에 얻은 딸과 아내가 조리원에서 퇴원하던 날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 이 같은 아들의 암 소식에 어머니는 충격을 받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얼마 후 아내도 혈액암 4기 판정을 받았다. 2017년 KBS 다큐스페셜 '앎 교회오빠' 편을 통해 널리 알려진 고 이관희 집사 이야기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고인의 아내 오은주(37) 집사를 만났다.

영화 '교회오빠'에서 오은주 집사 부부가 기타를 치며 찬양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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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집사는 방송에서 봤던 암환자 모습과 달리 긴 생머리에 건강한 모습이었다. 2016년 항암치료를 끝으로 추적관찰 중이라고 했다. 그는 "얼마 전 정기 검진에서 검사 결과가 정상치에 가깝게 나왔다. 모든 게 하나님의 은혜"라며 밝게 웃었다.

방송출연을 결심했던 이유에 대해 오 집사는 그리스도인의 사명 때문이라고 했다. "남편은 잘난 모습만 보이고 살아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께 의지하는 자신과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 사명이라고 생각했어요. 방송이 나가고 사람들이 '하나님을 향한 당신의 믿음이 무엇이기에 사랑하는 어머니의 비극적 죽음 앞에서도 하나님을 찬양한다고 고백할 수 있느냐'고 질문해 왔죠. 남편은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비교할 수 없는 깊이로 함께 애통해하며 나보다 더 슬프게 울고 계시는 주님의 마음이 전해졌다'고 답했어요."


원망보다는 회개와 기도로 하나님께 순종하는 이 집사의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그를 이 시대의 '욥'이라 칭했다. "하나님은 우리 부부의 믿음을 통해 많은 사람이 회복되는 증거를 보여주셨습니다. 고난 가운데서도 흔들리지 않고 하나님을 신뢰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한 친구는 '네가 믿는 그 하나님 나도 믿어볼게'라고 했어요. 남편이 정말 기뻐했지요.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렇게 쓰시려고 고난 가운데 세우셨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관희 집사가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 커넥트픽쳐스 제공


질병이 주는 두려움 앞에서 어떻게 평안함을 가질 수 있었을까. "고통의 현실에만 집착하다 보면 원망이 생길 수 있어요. 하지만 하나님을 바라보니 벼랑 끝이 주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아닌 참된 평안과 위로를 경험했습니다. 남편이 늘 고백했던 것처럼 삶의 전체를 놓고 우리 삶에서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플러스라고 하고, 절망을 마이너스라고 가정한다면 어떻게 계산해도 플러스밖에 남지 않더라고요."

부부의 이야기는 영화 '교회오빠'로 만들어져 다음 달 16일 전국에서 개봉된다. 오 집사는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사회를 오가며 요즘 바쁘게 지내고 있다. 많이 떨린다고 했다. 그는 "막중한 사명감이 느껴지는데, 이 또한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는 방송에서 다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와 '그 후'를 담았다. 방송이 나간 후 이 집사는 4개월 만에 암이 재발했다.

"남편은 '교회오빠'를 영화로 만들자는 제의를 받고 처음엔 '회복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영화를 찍는 것이 믿는 자에게나 믿지 않는 자에게 무슨 유익이 있을 수 있겠느냐'며 촬영을 거부했어요. 기도 끝에 '하나님은 눈부신 삶을 사는 사람을 증거로 삼기도 하지만 고통 속에서 주님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도 증거로 삼으시는 것 같다'며 촬영을 승낙했지요. 직감적으로 남편은 이것이 마지막 사명임을 알았던 것 같아요."

이 집사는 고통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주님의 뜻에 순종하며 하루라도 더 주님을 닮기 위해 애썼다. 극심한 고통이 밀려와도 온전한 정신으로 성경말씀을 읽어야 한다며 진통제 맞는 것을 거부했다. 그리고 끝내 지난해 9월 16일 자신의 생일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오 집사는 슬픔에 빠졌을 때 에스겔 37장 말씀으로 위로해 주시는 하나님을 만났다. "주님이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를 지심으로 마른 뼈같이 죽어있던 영혼을 살리시고 이스라엘 군대를 회복시키신 것처럼, 남편의 죽음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며 그의 죽음을 통해 많은 영혼을 살릴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고 고백했다.

이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그 어떤 고난과 역경도 심지어 죽음조차도 하나님의 사랑보다는 크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부의 딸 소연이는 어느덧 다섯 살이 됐다. 아빠를 만나려면 언제, 어떻게 천국에 갈 수 있는지 매일 엄마에게 묻는다. 오 집사는 "육신의 아버지가 먼저 떠나고 없으니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 예수님의 이름을 가장 먼저 부르는 믿음의 딸이 되길 바란다"면서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에 감사하며 이웃을 사랑하는 아이로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오 집사는 지난 1월부터 남편과 함께 면역 치료를 받던 병원에서 반주와 찬양으로 환우들을 섬기고 있다. "하루하루 하나님이 인도해 주시는 대로 순종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건강하게 오래 딸 곁에서 있고 싶어요."

훗날 천국에서 남편을 만나면 "은주야, 수고했다" 이 한마디를 듣고 싶다던 그는 남편이 믿음의 유산으로 남기고 간 '교회오빠'를 홍보하기 위해 다음 장소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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