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구나 주께 나오라”… 장애인을 맞는 교회의 두 모습

국민일보

“어느 누구나 주께 나오라”… 장애인을 맞는 교회의 두 모습

입력 2019-04-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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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들은 예배시간에 “어느 누구나 주께 나오라”고 찬송을 부른다. 예수님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고 말씀하셨다. 실제 교회 모습은 어떨까. 교회에 나오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대표적인 사람들이 장애인이다.

뇌병변·시각장애 1급 장정아 전도사가 지인과 함께 18일 휠체어를 타고 서울의 한 교회에 들어서고 있다.

말과 행동이 다른 ‘장애인 선교’

18일 오전 시각장애인 장정아(47·서울 복천교회) 전도사와 함께 수도권의 주요 교회들을 돌아봤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한국교회 장애인 선교의 현황을 살펴보기 위함이다. 장 전도사는 고2 때 희귀질환인 베제트병으로 실명했다. 지금은 다리까지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장애인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

휠체어를 차에 싣고 서울 영등포구 A교회로 향했다. A교회는 나름 장애인 선교에 앞장서는 교회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교회 주차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차를 세워야 했다. “교인이세요” “어디서 왔나요” “무슨 일로 왔나요” 등 계속된 교회 관리인의 질문에 답변해야 했다. 그리고 이어진 관리인의 답. “외부인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근처에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무단주차를 하기 때문에 ‘주차금지’라고 했다. 결국 예배당엔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돌아섰다. 장 전도사는 ‘피식’ 웃었다. “도대체 교회가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어요. 만민이 기도하는 곳이잖아요.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인데….”

마포구 B교회로 이동했다. ‘예배당은 2층’이라는 안내판을 보고 승강기부터 찾았다. 하지만 장 전도사를 맞이한 것은 계단뿐이었다.

“20~30년 전에 지은 교회 대부분은 승강기가 없어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혼자서 다닐 수 없지요. 며칠 전 집 근처 한 교회에서 열리는 부흥회에 가려고 문의한 적이 있어요. 교회 목사님이 오지 말래요. 계단밖에 없다면서요. 목사님은 설교에서 장애인을 돌보고 섬기라고 하는데, 실제 교회에 가보면 그렇지 못한 곳들이 적지 않아요. 상처를 좀 받았지요.”

서울 만리현교회 교인과 지체장애인들이 최근 목동야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한 뒤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 만리현교회 제공

장애인 돌보는 ‘친절한 교회들’

예배당 입구의 턱을 없앤 교회들도 눈에 띄었다. 경사로가 있어 장애인들이 쉽게 이동할 수 있었다. 화장실 변기 옆에 설치된 보조 손잡이도 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 적합했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도블록이나 점자 안내판을 비치한 ‘친절한’ 교회도 있었다.

서울 도봉구 염광교회는 평일인데도 장애인들로 북적였다. 여가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아자 장애인문화센터’에 참여하는 이들이다. 센터는 매 학기 15개 정도의 강좌를 개설한다. 장애인과 야외나들이, 캠프 등 특별활동을 하고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수화교실도 활성화돼 있다.

만리현교회 본당 뒷자리에 있는 ‘장애인석’ 푯말.

서울 용산구 만리현교회는 장애인들을 정성스레 섬기는 교회다. 최근 리모델링한 이 교회 본당에는 여러개의 장애인석이 있었다. 교회 청·장년들은 매 주일 인근 장애인을 자신의 자가용과 승합차에 태워온다. 장애인 가정에 쌀과 반찬, 장학금 등을 제공한다. 교인들은 장애인과 함께 여행이나 나들이도 다닌다.

1989년 한국장애인선교단체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지낸 첫째 주일을 ‘장애인 주일’로 제정했다. 하지만 국내 장애인 복음화율은 5% 미만으로 비장애인 복음화율 20%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는 청각·언어장애인의 복음화율은 3% 정도다.

선교전문가들은 “장애인 선교가 제대로 되려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교회는 장애인을 동정의 대상만이 아닌, 영적 회복의 대상으로 여기고 장애인과 함께 예배드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추태화 안양대 교수는 “한국교회는 장애인 섬김에 충실했어야 한다. 하지만 장애인 인권을 위해 제대로 발언하지 않았고 무관심했다. 교회의 이중성”이라고 꼬집었다. 배세영 작가는 “예수님은 병들고 소외된 사람들을 많이 찾으셨다. 우리가 예수님 닮은 삶을 살고 싶다면 무엇보다 예수님의 이런 뜻과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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