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카자흐스탄 비핵화 모델, 차선은 될 수 있다

국민일보

[사설] 카자흐스탄 비핵화 모델, 차선은 될 수 있다

입력 2019-04-23 04:04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은 한때 세계 4위 핵보유국이었으나 생존을 위해 스스로 핵을 포기한 나라다. 1991년 구소련이 무너지면서 카자흐스탄은 소련으로부터 전략핵탄두 1400여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00여기, 전략폭격기 40대 등을 물려받아 세계 4위 핵보유국이 됐다. 하지만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의 압력이 가해지자 체제 보장 및 경제 지원을 대가로 92년부터 4년에 걸쳐 소련이 남긴 핵무기와 ICBM 등을 자발적으로 러시아로 넘겨 폐기했다. 미국은 약속대로 16억 달러 규모의 경제 지원을 제공했고, 러시아와 유럽 국가들의 지원도 보태졌다. 카자흐스탄은 이를 발판 삼아 현재 1인당 국민소득 1만3000달러를 웃도는 중앙아시아 최대 경제국으로 발돋움했다. 중앙아시아 3개국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카자흐스탄 모델을 ‘비핵화의 모범’이라고 칭찬한 이유다.

문 대통령은 22일 카자흐스탄 현지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카자흐스탄의 비핵화 경험과 지혜는 한반도 평화 여정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자흐스탄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비핵화를 하면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이른 시일 내에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북한을 향한 메시지다. 카자흐스탄 모델은 이미 한·미 당국 간에도 심도있게 논의된 방안이다. 자발적 핵무기 폐기와 단계적 보상이 핵심인 카자흐스탄 모델은 ‘선비핵화 후보상’의 리비아 모델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문 대통령이 구상하는 ‘굿 이너프 딜’과도 일맥상통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빅딜이 원칙이나 다양한 스몰딜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두고 있다. 북한에 리비아 모델을 적용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카자흐스탄 모델이 차선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청와대는 4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 트럼프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4차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 메시지와 문 대통령 중재안을 듣는다고 해서 김 위원장이 손해볼 건 없다. 지금은 대화 모멘텀을 살릴 때이지, 쓸데없는 기싸움을 벌일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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