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 지붕 네 가족 바른미래, 이럴 바엔 갈라서라

국민일보

[사설] 한 지붕 네 가족 바른미래, 이럴 바엔 갈라서라

입력 2019-04-24 04:03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패스트트랙안이 우여곡절 끝에 당내 추인 절차를 모두 마쳤다. 그러나 이대로 추진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에선 별다른 잡음이 없었으나 바른미래당은 찬성 12, 반대 11로 가까스로 추인했다. 패스트트랙에 반대한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뜻을 굽히지 않을 경우 패스트트랙 성사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바른미래당의 내부 충돌은 예견된 일이다. 창당 때부터 잠복된 계파 간 알력이 선거제라는 밥그릇을 두고 폭발한 것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쳐 탄생한 바른미래당에는 안철수계, 바른정당계, 호남계, 독자파 등 이질적인 여러 계파가 존재한다. 게다가 바른미래당 당적을 갖고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하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공개적으로 자유한국당 입당 의사를 밝힌 의원도 있다. 이 의원은 결국 탈당했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독립적 의사활동은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이 정도면 ‘이념과 가치를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단체’라는 정당의 정의를 다시 써야 한다. 사사건건 충돌하는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행태는 같은 정당 구성원 사이에선 거의 볼 수 없는 현상이다.

근본 원인은 안철수, 유승민 두 대통령 후보의 이념과 가치를 무시한 산술적 통합에 있다. 몸집 불리기에만 급급해 보수와 개혁을 무리하게 합쳐 정체성을 정립하는데 실패했다. 그 결과 바른미래당은 지지율 5%도 안 되는, 21대 총선에서 당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문제는 바른미래당 내분이 당내 문제로 그치지 않고 정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데 있다. 원내대표 합의사항은 물론 당 공식회의에서 결정된 사안마저 번복되기 일쑤다. 손학규 대표는 퇴진 압박에 시달리고 있고, 김관영 원내대표 또한 역할 수행에 애를 먹고 있다. 도저히 정상적인 당 운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당명을 유지하려는 건 무의미한 연명치료와 다를 바 없다.

유승민 전 대표는 의총 후 “당 진로에 대해 동지들과 함께 심각하게 고민하겠다”고 했다. 결별 시사로 읽힌다. 한 지붕 네 가족, 바른미래당은 어색한 동거를 끝내고 가치와 이념에 따라 헤쳐 모이는 게 지금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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