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잇단 외교 의전 실수·비리에 낯이 뜨겁다

국민일보

[사설] 잇단 외교 의전 실수·비리에 낯이 뜨겁다

훈장 취소·구겨진 태극기·국명 오기, 실수와 외교관 비리 잇따라… 느슨해진 조직의 기강 바로잡아야

입력 2019-04-24 04:01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현지에서 카자흐스탄 정부로부터 최고 훈장을 받기로 예정돼 있었으나 하루 전 전격 취소된 일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기 어렵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자국 정치 상황을 이유로 취소했고 그 과정에서 양국 간 충분한 협의가 있었다고 외교부가 설명했지만 당혹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상 외교에서 양국 간 합의된 의전이 임박해 취소된 것은 이례적이다.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 권한대행이 오는 6월 9일 대선에 출마할 예정이라 훈장을 수여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고 하는데 그게 취소 사유가 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다른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카자흐스탄 측의 중대한 외교적 결례다. 사전 조율을 확실하게 하지 못한 우리 외교 라인에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우리 외교 현장에서 초보적인 실수와 허점이 자주 노출되고 있어 불안하다. 지난 4일 한·스페인 차관급 전략대화 행사장에는 여러 겹으로 구겨진 태극기가 배치돼 국민들의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달 하순 중국 하이난다오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때는 외교부 직원이 산책을 하다 총리 일정과 관련된 대외비 자료를 흘렸고, 이를 중국 공안이 발견해 돌려준 일도 있었다. 지난달 19일엔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영문 보도자료에 라트비아 등 ‘발틱 3국’을 표기하면서 ‘발틱’을 ‘발칸’으로 오기해 주한 라트비아 대사관으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 지난달 13일 말레이시아 방문 때는 문 대통령이 양국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인삿말을 인도네시아어로 하는 결례를 범했다. 지난해 10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는 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바람에 문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과의 단체 기념사진 촬영에 참석하지 못했다.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선 국가의 외교 수준이라곤 믿기지 않는 황당한 실수들이다. 담당자들이 조금만 신경을 써도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외교부 직원들의 일탈, 비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베트남 주재 대사가 현지 기업으로부터 항공권을 제공받고 부하 직원에 폭언 등 갑질을 한 혐의로 징계절차를 밟고 있다. 강경화 장관이 지난달 22일 간부회의에서 ‘책임있는 복무태도’를 강조했지만 열흘도 안돼 외교부 소속 사무관이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입건됐다. 이 정도면 기강 해이가 도를 넘은 것이다. 외국을 상대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부 주무 부처와 직원들이 이런 수준이라니 낯이 화끈거려 얼굴을 들 수가 없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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