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도 문화센터 할 수 있어요”… 음악·제빵 등 강좌 열어

국민일보

“작은 교회도 문화센터 할 수 있어요”… 음악·제빵 등 강좌 열어

다음세대에게 복음 전수… 하남 다음세대교회

입력 2019-04-2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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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하남 다음세대교회의 나눔분식 트럭이 부활절인 지난 21일 교회 앞에서 성도들과 함께 토스트 떡볶이 어묵 등을 나누고 있다. 교회는 5년째 인근 초·중·고교 앞에서 매주 목요일 ‘아침 먹이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세대교회 제공

작은 교회라고 가만히 있을 순 없다. 문화센터 거리나눔 등 여건에 맞게 할 일이 있다. 성도 10명으로 쪼그라들었다가 젊은 목회자 부임 이후 ‘다음세대교회’로 이름을 고치고 6년 만에 10배 가까이 성장한 교회가 있다. 작은 교회일지라도 결코 주눅 들지 않았던 게 비결이다.

경기도 하남 덕풍천 옆에 위치한 다음세대교회(서태근 목사)를 23일 찾았다. 하남 구도심 초·중·고교가 모여 있는 지역의 건물 3층에 교회가 있다. 상가 교회이지만 330㎡(100평)로 제법 넓으며 있을 건 다 있다. 예배를 드리는 예루살렘홀, 교육관인 다음세대홀, 카페인 그레이스 로뎀이 모두 같은 층에 있고 예배당 뒤편에는 통유리에 전기장판이 깔린 영아실도 있다. 서태근(41) 목사가 교회의 전사(前史)를 이야기해줬다.

“교회 창립은 1979년이에요. 하남이 개발되면서 교회를 창립했던 목사님이 교회 땅을 매각한 후에 은퇴를 하셨고 저는 노회에서 새로 위임받아 2013년 위임목사가 됐죠. 부임 당시 성도들이 다 흩어져 10여명이 상가 지하에서 25만원 월세를 내며 예배를 드리고 있었어요. 한 해 예산은 1500만원 정도로 사례비조차 힘들었죠. 저는 원래 위임목사가 로망이었어요. 하하. 소원은 이뤘지만 개척교회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시작했습니다.”

2013년 새 출발을 위해 모인 교인들은 교회 이름을 ‘다음세대교회’로 변경한다. 평균 연령 65세의 교인들이 당시 30대 중반 나이로 부임한 서 목사의 안을 파격적으로 채택했다. 다음세대에게 복음의 영향력을 전수하고, 선한 영향력으로 복음을 확장시킬 것을 다짐했다.

“사사기 2장 10절, ‘그 세대의 사람도 다 그 조상들에게로 돌아갔고 그 후에 일어난 다른 세대는 여호와를 알지 못하며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행하신 일도 알지 못하였더라’ 말씀을 붙잡았습니다. 모세와 여호수아를 거쳐 가나안에 들어간 이스라엘 민족이 다음세대에서 복음이 끊어진 이후 암흑기인 사사시대가 옵니다. 한국교회 역시 다른 세대가 나오면 소망이 없습니다. 한국교회 130년 믿음의 역사를 다음세대에게 잘 전수하겠다는 다짐을 한 겁니다.”

다음세대를 위해 제일 먼저 한 일은 평일에 교회를 문화센터로 변모시킨 것이다. 서 목사는 하남 구도심인 마을에 유독 조손가정이 많음에 주목했다. 가정형편 때문에 엄마 아빠와 떨어져 조부모 손에 크는 아이들이 학원도 다니지 못하고 방치되는 상황을 목격했다. 이들을 위해 기타 피아노 드럼 등 음악교실, 한국화 클레이아트 냅킨공예 등 미술교실, 케이크와 빵을 만드는 파티시에 강좌 등을 개설했다.

23일 나눔분식 트럭 앞에서 포즈를 취한 서태근 목사와 최미영 사모. 하남=강민석 선임기자

백석대 재학 때 악기를 다뤘던 서 목사가 기타와 드럼을, 숙명여대 음대를 나온 최미영(43) 사모가 피아노를, 미대를 나와 이탈리아 밀라노 유학 경험이 있는 김성경(35) 강도사가 미술을 각각 맡았다. 파티시에 강좌는 제빵 기술이 있는 집사님이, 영어 등 다른 강좌는 외부 강사를 섭외하기도 한다. 10주 과정에 수강료는 2만원씩 받았다.

수강료는 소속감을 느끼게 할 방편이었고 간식비 재료비가 더 드는 형편이다. 이마저도 결손 가정 출신이거나 목회자 자녀에겐 받지 않는다. 김 강도사는 “미술이라는 예술로 사람을 감동시키고 변화시키기가 참 어려운데, 교회 문화센터에선 아이들과 영혼의 교감을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문화센터가 정착될 무렵인 2014년부터는 ‘아침 먹이기 프로젝트-식사를 합시다’를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새벽기도 후 교인들과 함께 학교 앞에서 토스트를 구워 등굣길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일이었다. 서 목사는 대뜸 ‘개판 5분전’이란 말을 아느냐고 물었다.

“저도 들은 이야기인데 강아지들이 출몰하는 어지러움을 의미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6·25 전쟁 당시 미국 등 세계 교회로부터 수많은 구호물자가 들어오는데 피난촌에선 이를 가마솥에 넣고 끓여 배고픈 사람들에게 나눴죠. 여기서 가마솥 뚜껑을 열기 5분 전 사람이 구름같이 모이는 데서 ‘개판 오분전(開版 五分前)’이 유래했다고 해요. 부족함 없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아침을 못 먹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여전히 많아요. 이들에게 토스트 담긴 종이컵을 건네며 인사하죠. 교회 나오라는 말은 안 해요. 그저 교회를 다르게 보길 바라는 거죠. 젊은 친구들은 SNS로 세상을 접하는데 SNS엔 교회에 대한 나쁜 얘기만 가득하니까. 이게 좀 바뀌길 바라는 거죠.”

다음세대교회는 현재 장년 70명에 교회학교 30명 등 100명이 출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신생아만 6명이 태어나 예배당 영아실을 확장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교회 예산도 10배 넘게 늘었으며 새 예배당 건축을 위한 토지도 부채 없이 마련했다.

서 목사는 “제가 잘난 목사도 아니고 성도들도 사회적 기준으로 보면 대단한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복음을 위해서라면 작은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았다”면서 “작은 교회들이 다음세대를 위해 함께 힘을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남=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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