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장군과 10년… ‘하나님 사람’ 참모습 깨달아”

국민일보

“안중근 장군과 10년… ‘하나님 사람’ 참모습 깨달아”

뮤지컬 ‘영웅’주연 양준모 ‘나의 하나님과 안중근’고백

입력 2019-04-26 19:42 수정 2019-04-2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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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2009년 초연된 창작 뮤지컬 ‘영웅’의 주연배우 양준모씨. 그는 서른 살때부터 서른 살 안중근 의사 역할을 맡고 있다. 에이콤 제공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때는 1909년. 그는 서른 살의 청년이었고 이듬해 순국했다.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2009년 초연된 창작 뮤지컬 ‘영웅’이 10주년을 맞았다. 투사로 살아온 안 의사의 마지막 1년, 동시에 그가 겪은 인간적인 고뇌를 담아낸 이 작품이 10년이나 지속될 수 있었던 건 관객들의 뜨거운 성원 때문이 아니었을까. 전국 순회 공연 준비에 여념이 없는 뮤지컬 ‘영웅’의 주연배우 양준모(39)씨를 최근 서울 종로구 이화장길 동숭교회 카페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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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서른 살 안중근을 연기

양씨는 만 나이로 서른 살이던 2010년 서른 살의 안중근을 연기했다. 독립운동의 상징인 안중근 배역을 맡아 부담되진 않았을까. 부담보다 오히려 영광이라고 답했다.

“처음엔 일반인이 아는 안중근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밖에 몰랐어요. 이분을 공부할수록 ‘하나님의 사람이었구나’를 느꼈죠. 역사적인 친구의 마음을 바라보고 연기하니 새롭게 다가왔어요. 아직 그 나이에 맡은 배우가 없거든요. 그 나이가 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감정이 있지요. 지금 30대와 100년 전 30대는 달랐어요. 100년 전 30대는 지금의 50대처럼 사회를 움직였죠. 3·1운동과 독립운동을 한 크리스천들이 많은데 그분들이 실천하신 것을 보면 결국 성경에서 말하는 이웃사랑과 나라사랑이었죠.”

양준모씨가 최근 서울 종로구 동숭교회 카페에서 뮤지컬 ‘영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과 이토는 한자리에 마주했다. 이토에게 겨눈 총알은 명중했고 안중근은 그 자리에서 체포돼 일본에 넘겨졌다. 안중근은 시종일관 당당했다. 자신을 ‘대한의군 참모중장’이라고 밝히며 의병으로서 적군을 사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의사가 일본 법정에서 이토에게 총을 겨눌 수밖에 없었던 15가지 이유를 조목조목 밝히는 ‘누가 죄인인가’는 많은 이들이 꼽는 ‘영웅’의 명장면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독립운동을 하신 그분의 삶을 보면 ‘구원의 확신이 있는 사람이 이렇게 행동할 수 있겠다’ 싶어요. 저는 ‘안중근 장군님’이라고 합니다. 군인의 모습이 더 좋아서 이렇게 부르는데 그분이 살지 못한 10년을 살고 있어요. 모든 배우가 독립운동가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연기합니다. 100년이 지났음에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하나 되지 못한 채 있잖아요. 그분들의 뜻이 안 이뤄진 것을 보면 죄송한 마음이 들고 이 나라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실까 싶어요.”

10년간 수없이 안중근 역할을 한 양씨가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안 의사의 유언이 담긴 ‘동양평화’ 부분이었다. 안중근은 ‘나는 두 주먹을 쥐고 이토를 쐈지만 아들의 두 손은 기도하는 손이 되길 바란다’며 미완성된 유언을 교도소에서 남긴다. 그 정신이 바로 ‘동양평화’이다. 우리가 평화를 실천하는 방법은 거대담론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충실하며 조화롭게 사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마음 움직이는 도구로 쓰임받길

성악을 전공한 양씨가 뮤지컬 배우로서 마음을 굳힌 건 2005년 평양에서 열린 가극 ‘금강’ 공연 이후다. 당시 동학군 역할을 맡았다. 무대에 오르기 전 한 북한 사람이 ‘관객들이 재밌어도 웃진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관객들은 울고 웃으며 뜨겁게 반응해줬다.

“그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장르가 뮤지컬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뮤지컬 ‘영웅’을 통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생긴다면 이보다 보람된 일이 있을까요. 관객 이전에 동료, 동료 이전에 가족, 가족 이전에 하나님께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양씨(정면 흰옷 입은 사람) 등 ‘영웅’ 출연 배우들이 공연 전 손을 잡고 기도하는 모습. 양준모씨 제공

모태신앙인 그는 최근 하나님과 가장 인격적인 교제를 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연기하면서 함께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과 기도 모임을 만들었다. 뮤지컬 ‘영웅’에서도 마찬가지다. 배우 20여명이 매일 한 시간 큐티하고 기도하며 공연을 준비한다. 주일에도 공연 때문에 교회를 나갈 형편이 못 되지만, 극장을 교회 삼아 예배를 드린다. 무대 밖에선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15년 전부터 소년원 등에서 뮤지컬을 가르치면서 재능 나눔도 하고 있다.

“얼마 전 기아대책 청소년봉사단에서 강의했어요. 자신의 기쁨을 위해 봉사하면 한계가 있다고 조언했죠.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이 있는데 감사한 마음으로 봉사하고 그 중심에 예수님이 있어야 한다고요. 기회 있을 때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도와주고 후배들을 이끌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양씨는 매 작품에 최선을 다하지만 관람객이 중·고교 학생일 경우 더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입체화된 역사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영웅’의 첫 장면은 안 의사 등이 손가락을 자르며 결의를 다지는 ‘12인 단지 동맹’으로 시작돼요. 독립운동가 12명 중 역사적으로 밝혀진 분은 서너 명밖에 없어요. 이름 없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분들을 밝히고 그분들의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 우리의 할 일 아닐까요?”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영상 제작=장진현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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