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러 정상회담 결과 무엇이든 제재 완화 안 된다

국민일보

[사설] 북·러 정상회담 결과 무엇이든 제재 완화 안 된다

입력 2019-04-25 04:01
북·중·러 공조 움직임은 하노이 결렬 이후 각자 이익의 극대화 전략…
靑, 희망만 말고 현실을 냉정히 분석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러시아를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북·러 접경지역인 하산 역에 도착해 방러 일정을 시작했으며, 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북·미의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첫 외교 행보다. 하노이 회담에서 북·미가 북핵 해결 방식을 놓고 근본적인 견해 차이를 보임으로써 북한으로서는 ‘새로운 길’을 찾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자신의 편을 들어줄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도 더욱 필요해졌다. 이번 회담의 논의 결과가 향후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회담의 주 의제는 경제 협력과 북핵이다. 북한은 우선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 갈 수 있는 인도적인 경제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외화벌이 통로인 러시아 파견 벌목공들의 체류 연장이나 식량 지원 등이 그것이다. 사실상 대북 제재 효과의 완화를 노리는 것이다. 북·미 양자 간 비핵화 문제에 중국에 이어 러시아도 좀 더 확실히 끌어들임으로써 미국 주도의 대북 압박을 공동으로 대처하겠다는 계산도 했겠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북·미 사이의 중간 지점에 붙잡아 두고, 북·중·러가 합세해 미·일에 대항하는 구도를 만들어 북핵 협상 과정에서 최대한 이익을 얻으려는 것 아니겠는가. 푸틴 대통령은 오는 26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국제협력 고위포럼에 참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북·중·러의 협력 체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로선 상황이 썩 좋게 흘러간다고 할 수 없다. 하노이 결렬 이후 북한의 입은 다소 거칠어졌고,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제안에는 전혀 반응이 없다. 미국은 빅딜 입장에서 변화가 없고,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 또는 굿이너프딜 전략은 북·미 양쪽으로부터 신통치 않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런데도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비핵화 과정에서 하나의 프로세스이며 좋은 결과를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되면 한국 입장에서는 좋다”고 하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기대한다”는 희망 섞인 전망만 하고 있다. 청와대는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작금의 상황을 좀 더 엄중하게 분석해 보기 바란다. 북·중·러가 무엇을 주장하든 국제사회의 제재 시스템에 구멍을 내거나 북한 요구에 끌려가기만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조급증으로 희망과 현실을 뒤섞어 판단하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다.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