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난장판 국회

국민일보

[사설] 또 난장판 국회

입력 2019-04-25 04:02
국회가 난장판이 됐다. 여야 4당이 선거제와 검찰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추인하자 자유한국당은 농성에 들어갔다. 의장실에 몰려갔고 몸싸움이 벌어졌으며 문희상 의장은 쇼크 증세로 병원에 이송됐다. 한국당은 국회 보이콧을 선언하고 장외투쟁에 나섰다. 몇 번째 보이콧인지 이젠 세기도 어렵다. 4월 국회는 물 건너갔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순간 20대 국회는 없다”며 내년 총선까지 국회를 닫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의 유훈을 실현해 고려연방제를 하려는 게 패스트트랙의 목표”라는 정용기 정책위의장의 색깔론은 웃음만 나온다. 한국당은 협상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무수한 나날을 흘려보내다 입법 절차가 시작되자 국회를 마비시킨 행태는 결코 합리화될 수 없다.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도 오점이 묻어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법안에서 기소 대상을 판·검사와 고위 경찰로 제한해 국회의원은 쏙 빠졌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이 사법개혁특위에서 패스트트랙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공언하자 다른 의원으로 교체하려 하는데, 국회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다. 이런 난장판 국회에 6조7000억원 추가경정예산안이 제출된다. 미세먼지에 대응하고 경기를 살리는 데 쓸 돈이다. 올해 경제성장 목표인 2.6%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성장률을 0.1% 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추경은 타이밍이 중요해서 그런 효과를 보려면 5월 중엔 통과돼야 하는데, 과연 5월에 국회가 열릴지조차 불투명해졌다. 이번 정쟁은 민생을 볼모로 벌이는 싸움이 됐다. 무능한 국회 탓에 국민만 피멍이 든다.

유권자의 표를 더 정확히 의석에 반영하는 선거제 개혁은 필요하다. 검찰 개혁의 일환인 공수처는 설치돼야 한다. 패스트트랙은 입법 절차의 끝이 아닌 시작이다. 1년 가까이 협의할 시간이 주어지니 흥분해서 국회를 뛰쳐나갈 일이 아니었다. 20대 국회의 이력을 볼 때 패스트트랙에 올려 시한을 정해놓지 않는다면 두 개혁은 무산되고 말 것이다. 여야 4당은 이를 반드시 성사시키고 한국당은 협상 테이블에 나서야 한다. 이 문제가 어떻게 되든 민생을 외면할 명분이 될 수는 없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추경은 통과시키고 싸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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