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못버린 대학가 ‘똥군기’… 미친개 흉내까지 시켰다

국민일보

아직도 못버린 대학가 ‘똥군기’… 미친개 흉내까지 시켰다

연세대 교육방송국 신입 면접서 지원자에 고성·인신공격성 발언… 응원단·기수단 체벌도 도마에

입력 2019-04-25 04:01
  • 100%당첨 백만 자축 뒷북이벤트

대학가에서 ‘선배 갑질’에 관한 폭로가 터져나오고 있다. 학내 주요 모임에서 선배들이 강압적 분위기로 모욕을 주고 부당한 지시를 따르게 하는 이른바 ‘똥 군기’ 문화가 반복되고 있다는 목소리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지속돼 온 대학가 위계 문화에 대한 고발 성격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힘을 받은 ‘미투’나 ‘갑질 근절’ 운동이 대학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세대 에브리타임 온라인 게시판에는 최근 연세교육방송국(YBS) 신입국원 면접에서 고성과 인신공격성 발언을 들었다는 피해 학생들의 폭로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해당 면접을 봤다는 A씨는 24일 국민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신입생에 불과한 지원자들을 고압적으로 대했다. 정해진 자기소개를 큰소리로 해야 했고, 조금이라도 더듬거나 소리를 작게 내면 선배 면접관들이 ‘당장 나가라’고 고성을 질렀다”고 말했다. 그는 “아나운서 면접에서는 ‘미친개를 흉내내 보라’ ‘클럽에서 취한 연기를 해 보라’ ‘번호를 따오는 연기를 해 보라’는 요구도 있었다”며 “지원자 행동에 면접관들은 ‘그거밖에 못하느냐’고 구박했다”고 주장했다.

YBS에는 ‘상면식’이란 2차 면접도 있었다고 했다. 선배들은 계단식 강의실 꼭대기에 앉아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질문을 했다. 이 과정에서 상처를 받아 중도 포기하는 지원자가 있었다는 게 A씨의 증언이다. A씨는 “수습국원 활동 중 거쳐야 하는 주간평가회의와 수습평가시간은 선배들의 인신공격을 참아야 하는 시간이었다”며 “‘미친 거 아니냐’ ‘제정신이냐’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는 글도 잇따랐다. YBS 면접을 경험했다는 학생들은 “교실이 울리게 소리 지르라며 무례하게 압박하고 주눅이 들게 했다” “쓰레기를 보는 듯한 시선을 견디다 울 뻔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YBS 측은 “피해 입은 학생들께 사과드린다”며 “2017년 2학기부터 고성과 인신공격성 발언을 없애는 등 수습국원 면접 매뉴얼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가 군기문화 폭로는 다른 곳에서도 이어졌다. 이달 들어 연세대 응원단·기수단의 체벌과 얼차려 기합 관행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건국대에선 ‘건대방송국(ABS) 선배학년들이 부서별 노래를 외우도록 강요하고 못 하면 냄비째 술을 마시도록 강요했다’ ‘인격 모독성 발언을 일삼았다’ 등의 내용을 담은 대자보가 붙었다. 지난 4일엔 숭실대 대나무숲에 스포츠학부 내 군기문화를 폭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위계적이고 권위적인 문화를 학습한 선배들이 이를 거부하지 못하고 확산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젊은 세대에서 미투운동, 간호사 태움 폭로 등의 사회 변화가 부당한 일을 지적할 수 있는 문화로 정착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수평적 민주주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학생회나 대학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도 “최근 사회적 변화와 맞물려 오래된 관행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이라며 “직장 내 괴롭힘 신고와 처벌이 개선되고 있듯 대학 내 군기문화 피해도 근절할 수 있도록 대학이 실질적 개선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많이 본 기사

포토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