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푸틴이 꺼낸 ‘6자 회담’… 변수만 복잡해질 뿐이다

국민일보

[사설] 푸틴이 꺼낸 ‘6자 회담’… 변수만 복잡해질 뿐이다

입력 2019-04-26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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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북·미 대화 판은 깨지 않고 푸틴 끌어들여 美 압박…체제보장·경제건설의 열쇠는 비핵화 실행밖에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두 가지 중요한 메시지가 나왔다. 회담 후 홀로 기자회견장에 선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를 계속 이어가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전했고,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을 위해선 다자협의체인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자는 지난 1년 동안 남·북·미가 진행해온 대화의 판이 아직 깨지지 않았음을 확인해주는 거였는데, 후자는 러시아 중국 일본 등이 그 대화에 끼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북·러 정상회담 직후에 나온 발언임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도 동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남·북·미 사이에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돼온 비핵화 협상의 틀을 뒤흔드는 발언이다. 우리 정부가 고수해온 전략과도 상충된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을 향해 구애와 압박의 상반된 메시지를 함께 보냈다. 미국과 대화해서 문제를 풀고 싶은데, 정 안 되면 러시아 등을 끌어들이겠다고 말한 셈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김 위원장은 자력갱생 노선을 선언했다. 그 첫 번째 외교 행보로 북·러 정상회담을 택한 건 ‘북한에 선택지가 많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북한은 다자협상 테이블이 열릴 경우 제재 완화 논의가 수월해질 거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어서 대북 제재와 관련해 미국과 동등한 자격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북한 스스로 미국과의 양자 협상을 추진해온 사실이 말해주듯이 북핵은 몇 명이 마주앉든 결국 북한과 미국이 풀어야 할 문제다. 이제 와서 대화 테이블의 형식을 바꾸는 건 더 복잡한 변수가 추가될 뿐이다. 푸틴 대통령은 “2005년에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었다”고 말했지만 6자회담을 통한 해법이 이미 실패한 것이란 사실은 뒤집을 수 없다.

이질적인 메시지가 뒤섞여 나온 이번 회담에선 “러시아는 북·미 간 직접 대화를 통한 해결을 지지한다”거나 “러시아와 미국은 핵 비확산을 위해 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발언도 있었다. 제재를 유지하면서 북·미 대화로 푸는 게 좋다는 의미였다. 김 위원장이 귀국 열차에서 곱씹어야 할 대목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 정책에서 관철해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북핵 해결의 열쇠가 결국 비핵화의 실행 여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은 북·러 정상회담도 뒤엎지 못했다. 북한은 체제 보장과 경제 건설을 원한다. 비핵화를 에둘러 그것에 이르는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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