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수 칼럼] ‘솔로몬 재판 친모’의 심정으로…

국민일보

[신종수 칼럼] ‘솔로몬 재판 친모’의 심정으로…

입력 2019-05-01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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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는 장사꾼 행태
주한미군, 한국은 물론 미국 본토 안보 위해 매우 중요
최대한 반박하고 설득하되 동맹에 가치를 두고 협상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내년에 또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연설에서 “우리가 부유한 나라를 지켜주려고 50억 달러(약 5조8000억원)를 쓰고 있다”며 “그런데 그 나라는 5억 달러(5800억원)를 쓴다”고 말했다. 또 “그래서 내가 전화해서 따졌다. 그 전화 한 통화에 (그 나라가) 5억 달러를 더 주기로 했다”면서 “내년에는 또 전화해서 훨씬 많이 내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각료회의에서도 “우리가 한국에서 쓰는 비용은 50억 달러인데 한국은 5억 달러를 지불해 왔다”며 “그래서 한국이 5억 달러를 더 내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한국의 주한미군 분담금은 1조389억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로 지난해보다 787억원(8.2%) 늘었다. 5년마다 했던 방위비 인상 협정도 1년마다 하기로 했다.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몇 차례 전화 통화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주한미군 주둔비용 문제를 거론했다. 미국이 한국의 봉이라는 취지의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많았다. 문 대통령은 특유의 예의바른 태도로 트럼프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어떤 오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미국은 우리의 동맹국이고 동반자인 만큼 서로 협력하고 이해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사드 비용 지불에 대한 불만까지 표시하며 흥분했다고 한다.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오지랖 넓다고 비난받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런 모욕을 받았다니 이래저래 고생이 많겠다. 보수언론 등이 문 대통령에 대해 걸핏하면 한·미 공조에 균열을 내려 한다고 집요하게 비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동맹을 무시하는데 대해서는 거의 모른 척 하니 대단히 편파적이라는 생각도 할 법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는 방위비 분담금을 더 받아내려는 협상 전략이라기보다는 외교나 동북아 전략에 대한 개념이 없는 장사꾼 기질에 따른 것이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 등에서 미국이 왜 한국의 동맹이 돼야 하는지, 그렇게 해서 얻는 경제적 이익이 무엇인지를 물으며 비용절감을 위해 주한미군 철수까지 주장했다고 한다.

이에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등이 2만8500명의 미군이 한국에 전진 배치됨으로써 전략적으로는 물론이고 비용면에서도 효과적으로 미국 본토를 방어할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계속 설득했다는 것이다.

사실 주한미군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안보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주한미군 덕분에 발사 후 7초 만에 탐지할 수 있지만 미국 본토에서는 탐지하는데 15분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쏜 미사일이 로스앤젤레스까지 도달하는데 38분 걸린다. 초속 7㎞로 날아오는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려면 빠른 탐지가 필수적이다. 미사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사될 경우를 가정하면 더욱 1분1초가 급하다. 무역적자나 방위비 분담금에 비할 수 없는 중차대한 문제다.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한반도 주변에 항공모함 전단을 더 많이 배치해야 하고 그러면 비용이 몇 배가 더 든다고 참모들이 만류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또한 과장됐다. 주한미군이 50억 달러를 쓴다든지 한국 분담금이 5억 달러에 불과하다는 것은 사실과 크게 차이가 나는 수치다.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절반 가량인 연 10억 달러의 분담금을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한·미 FTA로 미국이 한국과의 무역에서 180억 달러의 적자를 보고 있다고 계속 문제를 삼는 바람에 결국 지난해 한·미 FTA가 개정됐다.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25% 관세 철폐 시기를 기존 2021년에서 2041년으로 20년 연기하고, 한국의 안전기준에 미달해도 미국 기준만 충족하면 한국에 수출할 수 있는 미국산 자동차 수출쿼터를 업체당 연간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늘리는 등 미국에 상당히 유리하게 개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돈 계산만 있을 뿐 동맹에 대한 개념도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솔로몬 재판에서 아기를 사랑하기 때문에 아기를 양보하는 친모의 마음처럼 우리만이라도 한·미동맹에 가치를 두고 그를 대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욕심과 억지가 부당하고 밉지만 아기를 칼로 잘라 나눠 가지려 한 가짜 어머니처럼 한·미동맹 균열을 불사할 수는 없는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당한 방위비 인상 요구에 맞서 반박과 설득 노력을 최대한 기울이되 동맹관계가 훼손될 것 같으면, 결국은 지혜롭게 임할 필요가 있다.

그럴 경우 마침내 솔로몬왕이 친모의 손을 들어줬듯이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 조야의 여론도 한국의 인내심과 현명한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다.

논설위원 js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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